美中 정찰풍선 입장 평행선…"국제법 위반" vs "무력 남용"

2023-02-19 16:55
회담서 중국 사과 없고 미국 탓
美, 중국의 러시아 지원은 경고
외신 "미·중, 관계 개선 불투명"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사진=AFP·연합뉴스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만났으나 양국의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정찰풍선에 대해 미국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고 중국은 "무력 사용은 안 된다"며 맞섰다. 이번 회담 이후 양국 관계는 후퇴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은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해 전격 회동했다. 양국 외교 수장이 만난 것은 중국의 정찰풍선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회동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블링컨 장관은) 미 영공 내 중국의 고고도 정찰풍선으로 인한 미국 주권 및 국제법 위반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40여 개국의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고고도 정찰 프로그램이 세계에 노출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 측은 양국의 갈등을 미국에서 찾았다. 미국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왕 위원은 블링컨 장관을 향해 방침이나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의 '개현경장'(改弦更張)이라는 성어를 언급한 뒤 "무력 남용이 중·미 관계에 끼친 손해를 똑바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담의 쟁점으로 여겨지던 정찰풍선에 대해 중국의 사과는 없던 것으로 전해진다. 블링컨 장관은 NBC에 "회담 중 왕 위원으로부터 (정찰풍선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측은 이 풍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그 어떠한 해명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회담에서는 중국 풍선을 제외하고도 양국을 둘러싼 현안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원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왕 위원에게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것은 변화가 없고 대만해협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회담 이후 양국 관계는 오히려 먹구름이 찾아왔다는 평이 중론이다. WSJ는 "회담 이전 중국 당국자들은 낙관론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회담은 이런 모습과 거리가 있었다"며 "이번 회담 이후 양국의 관계가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회담은 50년 전 리처드 닉슨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소통 채널을 확보한 후 미·중 관계가 가장 후퇴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