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방해로 권리금 회수 못한 세입자...대법 "손해배상"

2023-02-17 09:10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권리금을 받은 상가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에게 가게를 넘기려다 건물주의 방해로 계약이 무산됐다면,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뒤부터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상가 세입자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A씨에게 7100여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7월 B씨 소유의 가게를 그해 12월까지 임차하기로 계약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 2019년 10월 A씨는 다른 세입자를 구해 권리금 계약을 체결하고 B씨에게 알렸는데, B씨는 새로운 세입자와의 임대차 계약을 거절했다.

열흘 뒤 A씨는 또 다른 세입자를 찾아 권리금 총 1억1000만원을 받기로 하고 B씨에게 통보했지만, B씨는 이번에도 임대차 계약을 맺어주지 않았다. 이에 A씨는 "B씨 때문에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B씨가 A씨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한 것이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B씨의 손해배상 책임은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권리금 총액의 70%(7100여만원)로 제한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금의 회수 기회란 임대차 종료 당시를 기준으로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에서 영업을 통해 창출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신규 임차인에게 회수할 기회"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 방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상가임대차법이 그 요건과 배상범위·소멸시효를 특별히 규정한 법정 책임"이라며 손해배상 채무는 임대차가 종료한 날에 이행기가 도래하고, 그 다음날부터 지체 책임이 발생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기준도 처음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