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vs카카오] 얼라인, 성공적 엑시트 유력…고래 싸움에 새우는 웃는다

2023-02-14 17:10
얼라인이 쏘아올린 지배구조 개선 신호탄
1% 남짓 지분으로 현경영진·카카오 설득
하이브 vs 카카오, 경영권 분쟁으로 확전
'이슈몰이 후 엑시트' 업계선 회의적 시선
행동주의 영향력↑… 포이즌필 도입 주장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CI [사진=얼라인파트너스]


하이브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경영권을 두고 지분 인수 경쟁을 펼치면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재조명받고 있다. 얼라인의 SM 지분 매입으로 촉발된 지배구조 개선이 경영권 분쟁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으로 SM 주가가 치솟을수록 얼라인이 성공적인 엑시트(투자 회수)를 예약해 놓은 셈이 된다고 바라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얼라인과 같이 이슈몰이를 하고 엑시트를 하는 '그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한계점이 명확하다는 지적이다.
 
얼라인, 엑시트 유력···펀드 본질은 수익 추구하는 영리 조직
증권가에서는 SM 지분 1.1%를 가진 얼라인을 주목하고 있다. 단 1% 남짓한 지분으로 시가총액 3조원에 육박하는 회사의 주가와 지배구조를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얼라인은 소수 지분으로 0.3%를 가진 현 경영진(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과 합심해 18% 지분을 보유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회사 미래에 대해 의견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얼라인이 성공적인 엑시트 전략에는 SM 경영진을 포섭한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들이 얼라인과 합의해 연임을 보장받는 대신 얼라인 측 요구를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3일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가 발표한 'SM 3.0' 비전을 살펴보면 짐작할 수 있다. 'SM 3.0'은 이수만과 프로듀싱 계약을 종료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를 도입해 제작 시스템을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얼라인이 SM에 요구했던 내용과 맥락을 같이한다. 

얼라인은 더 나아가 카카오까지 우군으로 끌어들였는데, 이 전략이 이른바 '신의 한 수'가 됐다는 평가다. 위협을 느낀 이수만이 장고(長考) 끝에 하이브와 손을 잡게 됐고 시장에서는 SM에 대해 카카오와 하이브 간 경영권 분쟁으로 바라보면서 SM 주가는 고공 행진을 하게 됐다. 결과론적으로 얼라인은 하이브와 카카오 간 싸움을 붙이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얼라인이 SM 경영진, 카카오와 함께 연합전선을 구축했다고 바라보고 있다. 다만 SM 주인이 SM이 되든 하이브가 되든 얼라인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 박지원 하이브 CEO는 이수만이 개입하지 않는 SM만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즉, SM 주인이 누가 되든 간에 얼라인은 이수만의 라이크기획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관철했으니 엑시트할 명분이 생긴 상황이다. 
 
행동주의 펀드 광폭 행보···"경영권 방어장치 시급"
금융권에서는 얼라인이 3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행동주의 펀드로서 역할보다는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얼라인은 이미 연초부터 국내 7개 금융지주에 주주환원 강화를 골자로 한 제안을 발표했다. '액션'은 끝났다는 평가다.

얼라인뿐만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 안다자산운용과 싱가포르 플래시라이트 캐피털 파트너스(FCP) 등이 행동주의 펀드로서 존재감을 알리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도 제기된다. 펀드의 본질은 수익을 추구하는 영리 조직이다. 재무적 지출 감축, 자산 매각,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회사의 장기 계획 수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에 주요 선진국처럼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등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포이즌필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인수 시도자를 제외한 기존 주주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다. 보통주에 대해 특별히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 임원이 합병 등으로 중도 해임될 시 과다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제도 등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