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50억 퇴직금' 재판이 부른 '사법 카르텔' 오명...법조사회가 직접 끊어야

2023-02-11 08:00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수년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대장동 비리 의혹’에 대한 사법부의 첫 판결이 지난 8일 처음으로 나왔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물론 국민들의 이목도 이번 선고에 집중됐다. 국회의원의 아들이 대장동 의혹의 핵심에 서 있는 민간사업체에서 근무하고, 이곳에서 50억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수령한 ‘수상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것이라고 생각한 국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받았다는 50억원이라는 금액이 사회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성과급이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다거나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곽상도 전 의원의 뇌물 및 알선수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곽 전 의원과 아들이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화천대유에서 받은 이익을 곽 전 의원이 받은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국민들이 사뭇 이해하기 힘든 사유도 덧붙였다.
 
당장 그날 주요 커뮤니티와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런 법원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시민들의 의견이 들끓었다. 정치권에서는 발 빠르게 ‘법조 카르텔’ 프레임을 다시 들고나왔고, 절대다수의 국민들도 이에 심정적 동조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당초 ‘정영학 녹취록’ 등을 이유로 이번 재판의 유죄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녹취록이라는 ‘스모킹 건’을 두고도 공소사실 유지에 실패했다. 녹취록 중 상당 내용이 형사소송법상의 ‘전문 진술’이라는 치명적 약점이 있음에도, 다른 보강 증거나 예비적 공소사실은 준비하지도 않았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번 재판을 두고 검찰이 녹취록을 지나치게 믿고 방심해 ‘불의타’를 맞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10일 서울중앙지검장이 부랴부랴 관련 수사팀에 인력 보강 등을 지시했지만, 결국 부실한 수사와 공소에 대한 비판은 면할 수 없게 됐다.
 
법원 역시 국민 상식에 벗어난 선고를 하면서 이와 관련한 설명이나 사후 해명이 부실했다. 물론 이번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 역시 법관의 양심에 따라 선고를 내리기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을 것이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는 증명이 필요하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그냥 무시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번 선고는 사법부와 국민 간의 법 감정을 더욱 유리시킨 또 하나의 사례로 남고 말았다.
 
결국 검찰과 법원 모두 ‘사법불신’을 또다시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부실한 수사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은 사법불신을, 사법불신은 다시 재판에 대한 국민들의 선입견을 조장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는 점을 법조사회는 잊지 말고 이런 오명을 한시라도 빨리 끊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