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면서 구체적인 개편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금융기업 이사회나 공적 연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강화가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이사회의 내부통제 기능과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날 금융기업 이사회와 직접 소통해 운영 현황에 대한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원장이 국내 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가 글로벌 기준에 비춰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특정한 만큼 경영승계 절차에 대한 공정성·투명성 강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30일 업무보고를 통해 “최근 주인 없는 그룹(소유분산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관련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며 “임원 선임과 관련된 절차적 합리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해 1분기 중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안을 바탕으로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 다양성·전문성을 확보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해 독립성을 강화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2020년 6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이와 함께 정부가 공적 연기금이 보유한 지분을 활용해 기업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를 위한 움직임에도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소유분리 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위해 경영진을 견제할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연금공단이 KB·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 지분을 다량 확보하고 있어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해 필요하다면 이사회 구성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복안이다. 국민연금은 KB 7.95%, 신한 7.69%, 하나 8.78%, 우리 7.86% 등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3사의 최대주주다. 우리금융지주에서도 지주사와 은행의 우리사주조합(9.48%)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라 있어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는 금융지주 외에 포스코·KT 등 비금융권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만큼 논의에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소유분산 기업 전반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강화와 이사회 기능 제고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자본주의 측면에서는 주주를 통해 이사회 내부에서 자정이나 견제가 이뤄지는 게 제일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게 적절하다”며 “외부 추천을 통해 이사회를 구성하거나 일정 기준 이상 연임에 대해 금융당국의 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