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른다고?"...난방비 폭등에 시름 깊어진 소상공인들
2023-02-05 15:10
#. 경남 창원시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가스비·전기세 고지서를 받고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1월만 해도 250만원이던 전기·가스요금이 지난달 450만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비어 있는 객실에도 난방을 해야하는 숙박업 특성상 에너지 요금 인상에 따른 타격은 크다.
김씨는 “저소득층만 아니라 우리 같은 업종도 에너지 비용 인상으로 하루하루가 두렵고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해 대비 올해 에너지 비용 인상분에 대해서라도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1월 1일부터 급격히 오른 난방비에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졌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급감한 매출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고물가와 난방비 폭등이라는 겹악재에 직면했다. 이달 중 전기료 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정부의 공공요금 지원을 취약계층을 넘어 소상공인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 대부분이 난방비 인상으로 인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가 안정을 위해 묶어둔 주택용 요금과 달리 산업용 요금은 원료비 인상률이 고스란히 반영돼 최대 상승 폭이 58%에 달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 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 지수는 135.75(2020년=100)로 전년동기대비 31.7%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38.2%) 이후 2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전기요금은 1년 전보다 29.5% 올랐다. 1981년 1월(36.6%) 이후 42년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도시가스 요금은 36.2% 올랐다.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간 전년동월 대비 3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소상공인업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소상공인 181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업장 운영에서 난방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99.0%에 달했다. 이 중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은 80.4%였다.
특히 욕탕업은 난방비가 매우 부담된다는 응답이 90.0%에 달했다. 지난해 대비 50% 이상 난방비가 상승했다는 욕탕 업주들의 응답은 40%로, 타 업종 평균보다 2배 높았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음식업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매출은 아직 코로나 이전만큼 회복이 되지 않은 상황인데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에 이어 이젠 난방비까지 올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며 “이젠 더 이상 끌어다 쓸 대출도 없는데 앞으로 에너지 비용이 더 오른다고 하니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을 위한 난방비 지원 대책은 없다. 정부는 최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에너지 바우처 제공, 요금 할인 등 제도를 시행했지만, 소상공인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상공인 난방비 부담은 결국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며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긴급 에너지 바우처 등을 편성해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고, 에너지 급등상황에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