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몸 녹이러 지구대 찾은 할머니…경찰은 내쫓았다

2023-01-28 06:10

[사진=연합뉴스]

한겨울 밤 부산역에서 마지막 열차를 놓친 70대 할머니가 추위를 피하려 경찰 지구대를 찾았다가 쫓겨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할머니를 내쫓은 뒤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까지 걸어 잠근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에는 영하권 추위가 이어지던 상황. 이후 할머니가 해당 경찰관들을 고소하면서 경찰은 진상조사에 나섰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27일 할머니를 쫓아낸 관내 한 지구대 근무자들을 상대로 70대 A씨의 고소 사건 관련 진상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14일 0시 5분께 해당 지구대를 찾았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놓친 뒤 돈이 없어 갈 곳이 없는 데다 날씨마저 추워 몸을 녹이기 위해 해당 지구대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구대 소파에 약 40분 동안 머무르다가 한 경찰관에 의해 강제로 쫓겨났다. 지구대 내부 폐쇄회로(CC)TV를 보면 한 경찰관이 A씨 팔을 잡아 강제로 밖으로 내보낸다. 또 다른 경찰관은 A씨가 다시 들어오지 못하게 문까지 걸어 잠근다.

경찰관들 손에 이끌려 쫓겨난 A씨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탄 뒤 3km 떨어진 다른 경찰서를 찾아가서야 몸을 녹이다 첫차를 타고 귀가했다. 이후 A씨는 지구대 근무자들의 태도에 항의해 고소장을 냈다.

지구대 측은 A씨가 직원들에게 무례한 말을 해 밖으로 내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구대 내부 CCTV는 음성 녹음이 되지 않아 지구대 측 해명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 A씨는 "친절하게 대해 달라고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부산경찰청과 함께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하고 있으며,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서의 조사 결과 등도 종합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