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전장사업, '완성차 vs 전자' 수싸움 복잡해진다

2023-01-22 07:1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자업계 양강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막을 내린 ‘CES 2023’에서 자동차 전장(전기‧전자장치)사업을 앞다퉈 선보이는 등 완성차업계와 전자업계의 미래 모빌리티 협업이 수면 위에 오르고 있다. 다만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장사업의 와주화와 내재화에서 방향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로, ‘완성차+전자’의 결합 유무는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장사업 2024년 500조 규모…국내 미래차 부품사 2.3%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장사업의 비약적인 성장에 완성차업계와 전자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급격한 전기차 전환 흐름에 전장 물량의 적시 공급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를 충당하는 방법으로는 자체 공급을 하거나 외부에서 공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세계 전장사업 시장 규모가 오는 2024년 4000억 달러(약 500조원)에서 2028년 7000억 달러(약 880조원)까지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완성차 주요 부품이 기계 중심에서 전장 중심으로 빠르게 넘어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전장부품에는 전기동력의 핵심인 파워트레인과 배터리를 비롯해 사물 인식을 가능케 하는 센서, 판단을 담당하는 ECU와 같은 제어기 등 종류가 다양하다. 과거 자동차를 기계공학적인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과 같이 전자기기에 가까워지고 있어 전장부품의 필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장사업의 필요성과 달리 국내 관련 생태계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9300여 개 부품사 중 미래차 관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의 2.3%(213개)에 불과했다. 국내 미래차 관련 부품 국산화율은 68%,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는 38%며, 미래차 기술 수준도 선진국 대비 78.8%에 그쳤다. 이러한 실정은 삼성‧LG의 전장사업의 당위성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초대형·슬라이더블·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프리미엄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완전 자율주행 콘셉트카를 소개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전자업계, 전장사업 가속페달…완성차업계, 미래 경쟁자 될까 예의주시

지난 2013년 VS사업본부를 신설하며 일찌감치 전장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LG전자는 최근 들어 몸집 불리기와 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2018년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프리미엄 헤드램프 기업인 ‘ZKW’ 인수와 2020년 세계 3위의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설립하며 전장사업의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주요 완성차 브랜드인 쉐보레와 볼보, 랜드로버 등에 전장부품을 공급하며 반경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한 디지털 콕핏에 집중하고 있다. 디지털 콕핏이란 차량 내 설치된 첨단 계기판,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디지털 멀티디스플레이 등을 말한다. 여기에 반도체 파운드리 강점을 십분 활용한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카메라모듈 등이 시장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카메라모듈의 경우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에 납품을 정도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전장사업이 표면적으로 확대일로지만 한편에서는 불안감도 상존한다는 분석이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자업체와 전장사업을 협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배터리 공급 측면에 있기 때문에 장기 협력관계 구축까지 갖가지 변수가 있다는 시각이다. LG와 삼성은 각각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라는 배터리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이들과의 협업으로 배터리 수급을 우선 해결하면서 전장부품 협업은 덤으로 진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전장도 중요한 문제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의 완활한 공급”이라며 “한편으로는 완성차 제조사들마다 배터리와 전장의 내재화가 가능한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전자업계와 일시적 동거에 나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전장 설계부터 그와 연관된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는 전기차 시대에 한층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여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장부품의 완전한 외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전기구동 등 일부 부품군에 한해서는 장기적 외주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현대오토에버와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를 통해 전장사업과 소프트웨어 자체 역량을 키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심장인 배터리 개발과 생산의 내재화를 선언했으며 2030년까지 유럽에 배터리 공장 6개를 세울 계획이다. 미래차 분야의 외주화는 장기적 관점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전자업체들은 전장사업 영위를 통해 부품 공급자를 넘어 차후 자동차 하드웨어 플랫폼 제공자로 거듭나겠다는 구상까지 할 수 있다”며 “이는 수직 계열화 된 전통적 완성차업계에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다가설 수 있다”고 말했다.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3'에서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하만의 레디 케어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