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권 가계대출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는 줄어드는 데 반해 고금리에 따른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감소세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전 세계적인 통화 긴축 흐름 속에서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자 늘어난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주들이 대출 상환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8조7000억원 줄었다. 이는 2015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연말 잔액 기준으로는 처음 감소한 것이다. 2020년(112조3000억원)과 2021년(107조5000억원) 모두 100조원씩 늘어난 것과 비교해 상반된 흐름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은 줄었고 기타대출 잔액은 감소했다. 주담대는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을 중심으로 지난해 27조원 증가했으나 전년 69조2000억원 늘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축소됐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비주택담보대출 등 기타대출은 전년 38조3000억원 증가에서 지난해 35조6000억원 축소로 감소 전환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 모두 감소했으며, 은행권은 지난해 2조7000억원, 제2금융권은 5조9000억원 감소했다. 

12월에도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4000억원 줄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5조2000억원)은 연말 성과급 유입 등으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1조8000억원)은 전세자금대출이 다소 감소했으나 집단대출 관련 자금 수요 지속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도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58조1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과 비교해 2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 역시 관련 통계 속보치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첫 감소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기타대출이 22조8000억원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금리 인상기 속에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뛴 것은 물론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지난해 7월 이후 확대 시행되는 등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황영웅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해에는 높아진 금리 수준과 정부의 가계부채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 등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가계대출이 완만하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정확하게 금리 부담이 가계부채에 어느 정도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맞다"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 정상화 조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는 한편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