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스페셜 칼럼] '大소비시대' 준비하는 중국
2023-01-13 06:00
총으로 밥을 만들 수는 없다
20차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은 그간 코로나 방역의 '벌거벗은 임금님 놀이'가 끝났다. 중국은 정권 교체기, 5년 임기 종료 시마다 쿠데타설, 반정부시위설이 그치지 않았다. 5년 임기에 한 번 중임인 중국 국가주석 임기의 30년 관례를 20차 당대회에서 깨부쉈다.
당연히 당 내외에서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고 정정 불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코로나가 이를 완벽하게 막아 주었다.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도시를 봉쇄해 외지인의 베이징 진입 자체를 막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한 이동 제한이 정권 장악과 정치 안정에 절묘한 '신(神)의 한 수'였다.
중국이 갑자기 코로나 방역정책에서 출구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대학생들의 백지시위 때문이라기보다는 코로나봉쇄의 정치적 이익이 사라졌고, 봉쇄로 인한 실업자 급증과 내수시장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이다. 연간 신규 고용 1100만명을 유지했던 중국은 최근 3년간 코로나 봉쇄로 누계로 1000만명 이상 미취업자가 생겼고 2023년에는 또 대졸자 1100만명이 등장해 2023년에는 취업 희망자가 사상 최대인 2100만명 등장하기 때문이다.
황하강이 범람하면 왕조가 바뀌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에서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했다. 황하강 범람으로 굶어 죽게 생긴 수만, 수십만의 이재민이 부자를 털고 관가를 털다 나라도 털어버리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 범보다 무서운 균(菌)
무소불위의 공산당이 통치하는 중국에서 당이나 범보다 무서운 것이 균이었고, 지난 3년간 코로나 균은 무소불위 공산당의 명령을 싹 무시하는 유일한 권력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균도 3년간 변이가 진행되면서 오미크론은 독감 수준으로 그 영향력이 낮아졌다.
중국 당국이 오미크론이 독감 수준 바이러스라고 주장하지만 그 심각성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는 시진핑과 당 상무위원 7인이 공개석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아닌지로 확인할 수 있다. CCTV-13번 뉴스채널에 매일 나오는 지도자 동향 보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9일 기율위 2차 회의에 참석한 상무위원 7인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은 미봉책일 뿐이다. 중국이 코로나 통계를 발표하든 말든, 수치를 조작하든 말든 진실과 팩트는 숨길 수 없다. 진짜 감염이 심각하고 후유증이 심각하면 인민들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는 결국 한 달 뒤 내수 지표로 나타난다.
중국이 코로나 방역 제한을 풀고 나서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 수치 발표를 중단하자 서방은 중국의 코로나 통계 수치 중단에 대해 의구심이 많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한데도 이를 숨길 목적으로 수치 공개를 중단하고 있다면 결국 나중에 중국은 진짜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바이두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중국인 이동지수(Mobility Index)를 보면 코로나 방역 규제 해제 이후 계속 상승하고 있다. 방역 규제 해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서방 국가의 오미크론 상황을 감안해 보면 중국이 데이터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직관적으로 보면 독성이 약해진 오미크론은 치사율이 낮아 견딜 만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그간 오미크론 변이에 물백신으로 여겨졌던 중국산 불활성백신 대신 서방의 활성백신을 준비하고 있고 긴급 임상을 끝낸 중국산 코로나 치료제를 시판하고 있다.
공자(孔子)보다 대접받는 '먹자·놀자·가자·사자' 산업
중국은 지금 GDP에서 소비의 기여도가 65%나 되는 소비대국이다.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고 부동산 거래가 막히면서 소비가 마이너스로 전환하자 중국 경제에는 비상이 걸렸다. 어느 나라든 고학력 '먹물' 실업자가 많아 지면 사회가 불안정해진다. 중국은 2020년 이후 경기 악화로 취업을 못한 미취업자와 2023년에 대학을 졸업하는 1100만명을 포함해 취업준비생 2100만명이 대기 중이다.
그래서 중국은 2023년 경제 운영의 핵심 키워드를 안정으로 잡았다. 안정이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속내는 고용 안정이 최우선이다.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GDP 성장이 5%대 이상을 유지해야 최하 1100만명을 고용할 수 있다.
이미 소비가 경제성장의 주력이 된 마당에 5%대 성장 달성은 소비 정상화 없이는 불가능하고 소비는 부동산과 자동차가 대표적이고 소비의 실행은 코로나 유행 이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이미 일반화되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2022년 경제공작회의에서 부동산과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바로 풀었다.
2022년 경제공작회의 직전에 중국은 2022~2035년 내수 확대를 위한 장기계획(扩大内需战略规划纲要2022~2035)을 발표하면서 2015년부터 '공급 측 개혁', 2020년부터 '쌍순환 전략에서 2023년부터는 '대소비'로 성장 전략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지금 중국 GDP 구성을 보면 제조업은 38%에 그치고 있는 반면 서비스산업의 GDP 기여도가 55%나 된다. 중국도 이젠 제조가 아니라 서비스 소비에서 GDP 성장이 나온다. 코로나를 계기로 중국은 2023년부터 내수 확대와 서비스 소비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2035년까지 '내수 확대 장기계획'에서 중국은 의식주와 자동차 등 전통 소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문화·여행·양로·육아·건강·교육 등 서비스 소비와 자율주행·무인배송·공유경제 등 신형소비, 저탄소 녹색소비 등 4대 분야 소비 확대를 통해 내수 확대와 경제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을 천명했다. 중국이 제조 중심이 아니라 소비와 내수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전환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것이 돈이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줄곧 중국 위기론, 중국 피크론을 주장하는데 돈은 계속 홍콩과 중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은 탈(脫)중국이 아니라 작년 11월부터 1월까지 내리 석 달째 순유입 중이다.
중국에서 '공자(孔子)님'이 최고 성인이지만 리오프닝 시즌인 지금 중국 증시에는 공자 대신 '먹자·놀자·가자·사자' 산업이 대접받고 있다. 먹거리산업, 오락산업, 여행관광산업, 쇼핑산업 주가가 속등하고 있다. 증시가 중국 내수 확대, 소비 시대 도래를 먼저 반영하고 있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경영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