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등에 업은 강성부 펀드… 오스템임플란트와 경영권 분쟁 막 오르나

2023-01-11 18:45
KCGI, 메리츠운용 인수하며 메리츠금융과 우호 관계 '강화'
KCGI 작년 잠잠했지만… 강성부 "올해 판 벌리겠다" 발언
IB업계선 "1세대 행동주의 펀드 KCGI 위상 오를것" 전망

강성부 대표[출처=KCGI]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에 배당 확대,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며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1세대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펀드)가 주목 받고 있다. 금투업계에서는 KCGI가 최근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며 덩치를 부풀려 나가고 있어 '위상'이 한층 높아지리라 전망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한회사 에프리컷홀딩스(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출자한 투자목적회사)는 지난 5일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율이 5.57%에서 6.57%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2대주주인 라자드애셋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지분과 0.61%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KCGI가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이라고 밝힌 만큼 경영권 분쟁과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IB업계에서는 KCGI가 올해부터 오스템임플란트 경영권 분쟁을 필두로 주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의 등에 업히는 형식으로 공격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정적 계기는 KCGI의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다. KCGI 컨소시엄은 지난 6일 메리츠금융지주가 보유한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264만6000주)를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KCGI가 그동안 메리츠증권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KCGI는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통해 100%의 수익을 거두며 명성을 알린 바 있다. 이 당시에도 메리츠증권이 KCGI의 한진칼 주식담보대출 리파이낸싱 거래를 주선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시 강성부 KCGI 대표와 메리츠금융그룹 투자심의위원회 핵심 위원들 사이의 두터운 연줄이 작용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메리츠증권의 유승화 전무이사다. 유 전무와 강 대표는 2000년대 동양증권 크레딧분석팀에서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 전무와 강 대표는 사수와 부사수 관계였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작년에 트러스톤, 얼라인 등 행동주의 펀드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맹활약할 때 KCGI는 명성에 비해 역할이 미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작년부터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가 SM에게 챌린지해서 굉장히 좋은 성과를 거뒀고, 이상현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 대표도 최근 KT&G 측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외에도 여러 행동주의 펀드들이 여러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 KCGI는 별다른 트랙레코드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주요 행동주의 펀드가 금융투자업계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KCGI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케이글로벌자산운용(KCGI가 최대주주)의 AUM은 1415억원으로 전년대비 1억원(0.07%)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같은 기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328억원에서 2934억원(26.03%), 라이프자산운용은 3114억원에서 3213억원(3.18%) 상승하며 KCGI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다만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좀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KCGI가 운용자산 규모만 3조원에 달하는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부터) 판을 벌이면 좋겠습니다. 공모펀드에 진출하려는 것도 그 연장선입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 정통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작년에 행동주의 펀드들이 시장에서 주목받을 때 KCGI는 한 템포 늦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올해는 달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