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자중단 '몽니' 속타는 산업계···수출금지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2023-01-12 05:45
전자·완성차업종 등 현지진출 기업들
당장은 영향 적지만 사태 장기화 우려
중국 수출 비중 큰 반도체 표적 우려
항공사, 中노선 증편 계획도 전면 보류
판로 확대 노렸던 중기도 기대감 꺾여

중국 당국이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 가운데 지난 10일 서울 시내 한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산업계가 중국 당국의 ‘몽니’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은 우리 정부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에 반발하며 한국인에 대해 단기비자와 경유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산업계는 해당 조치가 장기간 이어지면 항공, 면세, 전자, 완성차 부품 등 다양한 업종에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1000여 종 품목에 대한 수출 금지라는 추가 보복으로 비화하면 2016년 ‘사드 사태’를 넘어설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단기 대비책 있지만···장기화에 추가 보복 이어지면 ‘대참사’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단기비자와 경유비자 중단 조치에 관련 업종마다 사태를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자국 항만을 거쳐 144시간 안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비자를 면제해 주는 경유비자의 발급 중단이 추가로 이뤄졌다. 

당장 대중국 수출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사정권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중국 내 주요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심각한 물류 차질을 경험하면서 리스크 대비책을 어느 정도 마련한 상태다. 물류 이동 경로를 다방면으로 확보하거나 생산공장 인력에 대해 현지인 비중을 높여왔다. 우리 정부와 중국 당국이 타협에 나서 이른 시일 내에 갈등이 해소된다면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현지에 사업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전자업종과 현대차‧기아와 현대모비스 등 완성차업종은 단기비자 발급이 중단돼도 주재원 체류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현지 파견 근로자 대부분은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단기비자와 무관하며 현지에 체류하는 임직원들이 최소 2년 이상 머물 수 있도록 인력 구성을 끝마쳤다. 현지와 교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화상회의로 대체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때다. 다수 국내 기업은 중국의 위드 코로나 기조에 맞춰 중국에서 판매처 재확대를 도모했던 터라 최악에는 경영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더욱이 중국 측 보복 조치가 단기비자에 그치지 않고 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수출 금지로 범위를 넓힌다면 2016년 사드 보복 사태를 능가할 대규모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은 1000개 이상이며 중간재가 600개를 넘는다. 2021년 물류대란을 불러온 ‘요소수 사태’는 요소의 중국 의존도가 99.7%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 측 수출 제한 조치가 국내 산업망을 마비시킬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중국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가 추가 보복 타깃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정부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입국 강화 조치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중국인이 별도 입국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항공, 리오프닝 기대감 꺾였다···대한항공, 기업결합심사 통과 ‘천운’

중국 노선 재개를 간절히 원했던 항공업계는 중국 노선 회복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노선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전체 노선 중 20.4%(약 1850만명)를 차지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노선별 매출에서 중국 노선이 23%, 아시아나항공은 17%, LCC(저비용항공사)는 최저 9%에서 최대 16% 비중이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중국 노선을 기존 주 34회에서 50회까지 늘리기로 중국 당국과 합의했으며 이달에는 100편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이번 단기비자 발급 중단에 항공사들마다 노선 증편을 전면 보류하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 운항 노선 축소까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한 LCC들은 중국 노선 재개가 연내에 불투명해질 수 있어 중국 노선 재개를 대비하기보다 일본 노선과 동남아 노선 등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양사는 지난달 말 중국 경쟁당국에서 기업결합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기업결합승인이 한 달만 늦게 나왔다면 승인 불허라는 최악 상황까지 직면할 뻔했다.
 

[그래픽=아주경제]

◇면세·화장품 업계 한숨···중기부, 中企 애로접수센터 긴급 운영

면세·화장품업계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면세점은 매출 중 80~90%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다이궁(보따리상)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상태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한·중 항공 노선 운항 횟수가 2019년 대비 6%가량 줄면서 다이궁 수수료는 10%대에서 40%대까지 치솟았다. 수수료가 높아질수록 면세점 수익도 나빠진다. 여기에 입국마저 통제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다”며 “올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기업은 보통 해외 매출 중 30~50% 정도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코스맥스 등이 중국 상하이와 광저우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한국콜마와 콜마비앤에이치도 베이징과 옌타이 등에 법인을 운영 중이다.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로 단체관광객과 다이궁 발길이 끊기자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당장 사업에 문제는 없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국과 한국 간 왕래가 어려워지면서 업계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들도 판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꺾이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다음 달 말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치과 의료기기 전시회 ‘덴탈사우스차이나’ 참여 중소기업을 30곳 모집했지만 이번 조치로 신청 업체 10곳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현지 법인·지사를 가진 나머지 20곳만 참여할 예정이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기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에 가지 못해 당장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중소기업들의 중국 판로 확대 기대감이 일정 부분 줄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애로접수센터 긴급 운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기부는 이날부터 전국 13개 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제주수출지원센터에 ‘중국 단기비자 발급 중단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접수센터’를 긴급 운영한다. 중소기업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관계 부처와 함께 신속하게 검토할 계획이다.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구역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