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정치 타파] 거대 야당에 맥 못추는 집권여당...안철수도 포기한 '제3 지대' 재조명

2023-01-11 05:01

‘제3 지대’ 위한 선거제 개편, 양당 정치 타파를 위한 시대 요구
 
계묘년에는 총선, 대선 등 전국 단위의 굵직한 선거가 없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1년 4개월여 앞둔 현재 정치개혁이 최대 화두지만, 누구도 마땅한 답안지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양당 정치에 휘둘리는 지금의 정치로는 점차 세분화· 다변화하는 계층과 세대를 한데 품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 공학적 용어로 ‘제3 지대론’이 다시금 재조명받는 이유다.
 
급격한 산업화에 맞물려 사회경제적 갈등은 다원화되고 복잡해졌는데, 갈등을 담아낼 정당 간 경쟁 구도는 양당 정치에 머물러 있다. 기존 정당이 담아낼 수 없는 새로운 목소리를 새로운 정당이 담아내려면 선거구제 개편이 선결 과제다. 아주경제 정치부는 총 4회에 걸쳐, 정치 양분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극의 시대’에 머무는 거대 양당 정치의 현실과 폐단,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 <편집자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마친 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기간을 1월 17일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집권 여당이면 뭐하나, 의석수에서 밀리는데 힘이 없다. 군소 정당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지난 연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전 속에 기자들에게 한 볼멘소리다. 일각에서는 집권여당 원내 수장의 앓는 소리란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안 처리 등 의석수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회 안팎에서는 ‘다수당의 횡포’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힘없는 집권 여당, 힘 있는 거대 야당. 2020년 총선을 겪고 2022년 대선을 치르고 난 제21대 국회의 현주소다. 역대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제3당의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정치판에서 실제적인 ‘제3 지대’도 소멸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힘-민주로 갈린 정치 양극화, '중도 우파' 설 자리 잃어
 
제3 지대를 원하는 목소리는 우리 정치사에서 '중도 우파'에서 유독 강하게 새어나오곤 했다. 보수와 진보 그 어느 쪽에서도 서지 않는 이들의 요구는 총선이나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벤트에서 신생 정치세력이 움틀 때 힘을 얻었던 게 사실이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 예는 2016년 총선에서 등장한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이다. 당시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 정치에 신물이 난 이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로 급부상했다. 정치평론가들은 △중도층의 확대 △경제사회적 불안감 고조 △인지도 높은 신흥 정치인의 등장에 대한 호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결국 제20대 대선이 변곡점이 되면서 제3 지대의 기반은 흔들리게 된다. 2021년 11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우파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를 향해 ‘제3 지대 공조론’을 펼쳤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안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안겼고, 김 후보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를 선언해 경기도지사 바통을 넘겨받았다. 대선을 겪은 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으로 양당 정치는 고착됐고, 중도 우파는 다시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에 남은 숙제...중도·부동층 품을 제3 정당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지만, 이른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치르면서 여야의 고심도 깊어졌다. 상처뿐인 승리를 얻은 집권여당과 대선 패배 이후 당대표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민주당을 향한 국민들의 정치 혐오는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도 ·부동층의 향배가 과연 어디로 쏠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여당은 당장 차기 총선 공천권을 책임지는 3·8 당대표 선거가 중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벌써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주류 간 주도권 다툼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이준석 리스크 이후 또 한번 내홍을 겪을 경우, 여당에 대한 여론은 급랭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민주당도 이번 사법 리스크를 무난히 극복한다면 2024년 총선 승리 후 ‘정권 탈환’이라는 로드맵 실현을 넘볼 수 있다. 반대로 각종 의혹을 둘러싼 지도부 교체론이 힘을 받으면 총선은커녕 현재 정국 주도권도 잃게 된다. 결국 여야 모두에게 정치 개혁의 신호탄은 ‘새로운 선거제도’이며, 이를 통해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대의엔 이견이 없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