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부, 노조운영·근로체계 대거 손질…尹 "개혁 속도감 있게 추진"
2023-01-09 19:21
고용부 9일 신년 업무보고
'상생·연대 노동시장 구축 원년"
'상생·연대 노동시장 구축 원년"
올해 근로시간 제도가 대폭 개선된다. 중대재해 감축은 기업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고, 공시 제도를 활용해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은 높인다.
고용노동부는 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 주요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올해 업무계획 비전은 '상생과 연대의 노동시장 구축'으로 설정하고 △법치 기반 노동개혁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노동시장 불확실성 선제적 대응에 집중하기로 했다.
연장근로 최대 연단위 개편…노조회계 투명화 추진
일하는 방식과 고용 형태 다양화에 맞춰 근로시간 제도를 손 본다. 노동개혁의 일환이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는 주 단위에서 최대 연단위까지 다양화하고,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은 전 업종에서 3개월로 확대한다.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 보장 등 건강권 보호 방안도 병행한다. 정부는 관련 법안을 다음 달 입법예고할 방침이다.
중대재해 감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만든 '위험성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위험성평가는 기업이 부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작업을 파악한 뒤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만드는 것이다. 올해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5년 5인 이상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 중대재해 발생 때는 위험성평가 적정성 등을 엄정 수사한다. 이달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지난 1년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성과를 평가하고, 제재 방식 개선 등 법 개정도 추진한다.
노조 회계 투명화에도 나선다. 3월부터 노조 회계감사원 독립성·전문성 제고 등 회계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노동조합법 시행령 개정에 들어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다트(DART)와 같은 노조회계 공시시스템도 3분기 내로 만든다.
직무·성과 임금체계 도입··· 이중구조 종합대책 마련
고용부는 올해 임금체계 개편 등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달 중 학자와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생임금위원회'를 발족, 연공형(호봉제)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안을 논의한다. 격차 해소를 촉진할 법·제도·정책 개선 방안도 마련한다. 연내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 확대를 비롯한 임금체계 구축 패키지를 새로 만들고, 12월에는 임금·직무 세부 정보를 결합한 통합형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조선업 상생모델도 만든다. 다음 달까지 조선업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체결하고, 정부는 안정적 인력 수급을 비롯해 공정거래질서 확립, 임금·복지 격차 완화 등 관련 정책 패키지를 지원한다. 다른 업종에도 상생협력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게 확산도 유도한다. 상생협력을 도입하는 업종에는 특성에 맞게 맞춤형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노동자의 법적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채용 때 서면계약을 의무화하고, 노무제공자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을 하반기 중에 추진한다. 특수형태근로(특고)·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공제회 활성화도 지원한다. 근로자 인격권 보호를 중심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차별시정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비교대상 근로자 범위 확대와 신청기간 연장 등도 추진한다. 고용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오는 3월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육아휴직 1년6개월로 연장···외국인노동자 11만명 도입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 양성에도 나선다. 지역을 넘어 산업벨트를 형성하고 있는 반도체와 조선업에는 '업종별 취업지원허브'를 설치해 필요한 인력을 빠르게 파악해 지원한다.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뿌리산업 등 상시 인력난을 겪는 업종을 밀착 지원하는 신속취업지원TF 17곳은 계속 운영한다. 선도기업과 혁신 훈련기관을 활용한 기업주도형 혁신훈련 분야는 기존 디지털에서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으로 학대하고, 양성 인력도 2만8000명으로 3만6000명으로 늘린다.
외국인 노동자 도입도 확대한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명을 도입하고, 50인 미만 제조업 사업장의 허용 한도 상향(20%)은 연말까지 연장한다. 일반 고용허가제(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이 일할 수 있는 업종을 폐기물 처리업 등으로 확대한다. 장기근속 특례제도를 신설해 오래 일한 숙련 외국인이 국내에 10년 이상 머무르면서 일할 수 있게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참여 기회 확대와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도전준비금 신설로 청년 취업을 돕는다. 공동육아 육아휴직 기간을 1년6개월로 확대하고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한 자녀연령을 만 8세에서 만 12세로 끌어올려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한다. 임금체계 개편에 기반한 정년연장 법제화 논의도 본격 시행한다.
실업급여와 퇴직연금도 개편한다. 고용부는 상반기 안에 실업급여 제도 전반의 종합적인 개선 방안과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각각 마련할 방침이다. 고용과 복지 융합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고용서비스 통합 네트워크 4곳을 시범운영하고, 고용 관련 정보를 한데 모은 '고용24'(가칭) 개통도 추진한다. 급여 중심에서 취업지원·근로의욕 촉진에 방점을 둔 고용서비스 고도화 방안은 이달 중 발표한다.
고용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일자리 불확실성에 대비한 범정부 일자리TF를 운영하고, 고용 상황이 악화하면 컨틴전시플랜(비상대응 계획)을 즉시 가동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2023년은 '공정과 법치의 노동개혁 원년'으로 삼아 상생과 연대의 노동시장 구축을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고용부 업무보고를 청취한 뒤 "노동개혁도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노동이 보다 유연해야 하며, 노사 간·노노 간 공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경영 활동 자유와 노사 간 대등하고 균형 있는 협상력 확보,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노조 회계 투명화 등 고용부가 추진하는 전반적인 노조 개선 방향에 공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규제 문턱을 낮춰주고 합리화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를 개선해나가는 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개혁은 속도감 있게 국민만 생각하면서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