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보험권 유동성 리스크 불씨 여전…채권매도 1조원에 고금리 저축보험 활황

2023-01-09 14:48
4개월 만에 매수세 돌아선 지난달 거래분 상쇄
불안감 반영하듯 새해에도 저축보험 완판 행렬
회계상 부채·역마진 리스크 우려 여전

[사진=연합뉴스]


새해 들어서도 보험권의 유동성 리스크가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달 보험업계가 넉달 만에 채권 순매수세로 돌아서며 안정세를 되찾는 듯했으나, 이달들어 다시금 1조가량의 채권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금융권의 불안감이 진행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현금 확보를 위한 고금리 저축보험 판매도 여전한 상황이어서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1조1079억원어치의 채권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4개월여 만에 보험업계가 1조원가량 채권을 사들이며 순매수로 돌아섰으나, 올해 들어 일주일 만에 해당 매수분을 사실상 상쇄했다. 

보험사들은 그간 채권 매수로 자금을 굴려왔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콜옵션(조기상환권) 연기 번복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보유 채권을 시장에 쏟아냈다. 지난해 8월에는 3조2123억원을 순매수했으나, 9월부터 6317억원, 10월 2조2319억원, 11월 3조5534억원으로 각각 순매도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조2363억원어치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당국이 환매조건부채권(RP)매도를 허용하거나, 유동성 자산 인정 범위를 확대하는 등 자금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 조치에 나섰지만, 보험업계는 올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과 새 지급여력제도(K-ICS)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RP매매는 보험업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당국이 최근 RP매도 허용을 명확히 했다. 아울러 활성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만기 3개월 이상 채권도 즉시 현금화 가능 자산에 포함시켰다. 이전에는 만기 3개월 이하 자산만 유동성 자산에 포함됐다.   

보험권의 이 같은 불안감을 반영하듯 일부 사들은 새해에도 여전히 고금리 저축보험 상품 판매에 나서며 현금 확보에 힘쓰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해 말 연 5.9% 금리의 '무배당 MAX스페셜저축' 상품을 판매해 완판 시킨 바 있으나, 지난 2일 다시금 해당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흥국생명도 지난해 9월 연 4.2% 금리로 출시한 저축보험 상품을 지난 2일 5.8%로 올려 다시금 판매에 나섰다. 양사 모두 각각 3000억원과 2000억원 한도로 관련 상품을 판매, 출시 2~3일 만에 조기 완판됐다는 설명이다. 

저축보험은 보험료를 일정 금액 납부하고 만기 때 총 납부액과 이자가 더해진 환급금을 받는 상품이다. 올해 회계상 불리함이 존재하고, 장기적 역마진 우려가 여전하지만 새해에도 저축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 역시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보험료는 만기 시 모두 환급되는 만큼 회계상 부채로 인식되는데, 올해 IFRS17 도입으로 부채 평가 방식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변경돼 저축보험은 장기적으로 팔수록 손해"라며 "그러나 단기간 내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이익률(3%대)보다 2배 높은 수준에서 저축보험 금리가 책정된 상황 속 고금리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점은 유동성 위기가 새해에도 업계 전반에 펴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