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에너지 다이어트 부작용

2023-01-08 15:56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 설치된 온도계가 한낮에도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해 다짐에 체중관리가 빠질 수 없다. 신체든 에너지든 평소의 잘못된 생활습관이 누적되면 군살빼기가 필요한 법이다.

정부가 시행 중인 '에너지 다이어트 10'도 이 일환이다. 올겨울 에너지 사용량을 지난해 겨울 평균 사용량보다 10% 이상 절감하자는 취지다.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실내 난방 온도를 17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 

이전에는 18도 이하로 설정해 왔지만, 올해 에너지 수요 효율화가 중요 이슈로 부상하면서 정부 의지를 보여주고자 1도를 더 낮췄다. 온풍기와 전기히터 등 개인 난방기 사용은 금지되고, 전기에너지 사용 비중이 60% 미만이면 2도를 올릴 수 있도록 한 예외규정도 이번에는 삭제했다.

그러나 최근 날씨가 영하 10도를 넘나들면서 실내에서 조끼와 패딩을 겹겹이 껴입고도 춥다는 직원들의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정부 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은 난방온도 제한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확실한 에너지 다이어트의 부작용이다. 체계적 관리 없는 극한의 다이어트 방법으로 논쟁만 만든 셈이니 말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하면서도 손꼽히는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다이어트를 위해선 극단적 방법보단 체질 개선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공공부문의 희생만 강요하기에 앞서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전기요금 현실화로 가격 신호를 강화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수요 절감 방법이다. 

특히 산업용 전기요금의 현실화를 통해 전기요금의 에너지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해 온 탓에 선진국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학계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10% 상승하면 산업 부문 전기 소비량이 18.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해 상반기 산업용 전기 소비량이 148TWh(테라와트시)임을 고려하면 산업용 요금이 10% 올랐을 경우 연간 소비량을 54.8TWh 줄일 수 있었다.

그간 누적된 나쁜 습관을 생각하면 이번 다이어트는 중장기 계획과 목표를 갖고 진행해야 한다.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이 시간은 걸리더라도 다이어트엔 효과적이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 속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까지 망가진 지금, 에너지 다이어트는 몇 번의 실패가 있더라도 성공해야만 하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