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열리자 대형항공사 '울고' LCC '웃고'···화물·中 노선 등 변수

2023-01-09 05:45
대한항공사, 물동량 위축···운임 하락 등
영업이익 전년 대비 최고 39% 줄어들 듯
LCC, 동남아·日 등 여객수요 최근 급증
수십~백여편 운항서 수천편 수준 증편

올해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LCC)간 실적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화물특수로 최고 실적을 쓴 대형항공사는 올해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물동량 위축과 항공운임 하락, 미주·유럽노선 수요 감소 등으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하늘길 봉쇄로 긴 시간 어려움을 겪었던 LCC는 중·단거리 노선의 꾸준한 수요에 힘입어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8일 에프앤가이드의 전망치를 보면 올해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전년보다 39% 감소한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기간 양사의 실적을 뒷받침하던 여객사업이 꺾이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매출은 6조1762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3%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24% 비중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출 비중도 2018년 24%에서 지난해 3분기 말 54%로 늘며 전체 실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항공운임 하락으로 지난해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때 ㎏당 10달러를 웃돌던 홍콩~북미 노선 운임은 지난달 6.5달러로 하락했다. 이는 전분기 대비 14.8% 감소한 수준이다. 지난달 항공운임은 2018년 평균 운임(4.68달러)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경기 둔화로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형항공사의 화물 운송량도 감소 추세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운송 물량은 32만3304톤, 16만63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8% 줄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올해 화물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20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더해 올해 소비자들의 수요 위축 탓에 비용 부담이 큰 미주·유럽 여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요가 꾸준한 일본, 동남아 등 노선을 갖춘 LCC업계는 실적 개선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LCC는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 해제 이후 국제선 운항편수를 빠르게 늘리며 실적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1월 110편에 그쳤던 제주항공의 국제선 운항편수는 같은 해 12월 3057편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진에어의 국제선 운항편수는 28편에서 1770편으로 늘었다. 티웨이항공은 48편에서 1527편으로, 에어부산은 18편에서 1083편으로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는 여객 수가 급증한 동남아를 중심으로 노선을 증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에서 라오스,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를 오간 여객 수는 713만2790명으로 전년 대비 1114%나 늘었다. 

이에 따라 진에어는 인천-나트랑(베트남) 노선 신규 취항에 나섰다. 제주항공도 최근 인천-나트랑 노선에 신규 취항했고 인천-비엔티안(라오스), 인천-치앙마이 노선의 운항을 주 4회 일정으로 재개했다. 티웨이항공은 인천-치앙마이(태국) 노선을 주 7회 일정으로 2년 10개월 만에 재운항을 시작했다. 

올해 운항 증편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LCC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2000억원대의 적자에서 올해 1000억원대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진에어도 765억원 적자에서 올해 910억원 흑자를, 티웨이항공은 1000억원대 적자에서 600억원대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중국 노선은 변수로 지목된다.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중국발 항공편 증편이 중단됐다. 중국은 LCC 매출의 10~20%를 차지한 주력 노선인 만큼 노선 재개 시점에 따라 항공사의 수익 개선 속도가 빨라질 수도 더뎌질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계속 높아지는 일본과 대만 노선으로 중국 노선 수요를 메꾸려 한다"며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놨기 때문에 개방만 되면 수익 확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보잉787-9 [사진=대한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