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경제 위기 극복의 해 .. '성장동력' 창출 서두르자

2023-01-09 15:46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새해 경제전망이 극히 어둡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1.6%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약 2%인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 증가는 10만명에 그쳐 81만명을 기록한 지난해 대비 8분의 1로 떨어진다. 물가는 5% 수준에서 3.5%대로 다소 낮아지나 원자재 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나 밤이 깊으면 아침이 오듯이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미국의 고금리 정책이 경제난의 발단이었다. 코로나 사태 때 0.00~0.2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4.25~4.50%까지 올렸다. 우리 경제가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따라 올려 경기침체가 확산하고 기업과 가계부채의 부실이 늘고 있다. 올해 미국이 물가 진정세에 따라 금리인상 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에너지 수급과 가격은 호전될 확률이 높다. 코로나 위기도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대내외 여건이 개선되고 수출과 내수시장이 정상화해 경제가 다시 살아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문제는 상황이 바뀌어도 우리 경제가 체력을 잃어 살아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서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 앞서 갈 기회를 주어 오히려 국제경쟁에서 도태하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정권 5년 동안 우리 경제는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고 재정을 투입해 경제를 살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 시장기능이 위축되고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가 겹쳐 실업과 부도가 증가하고 민생이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적으로 나타난 통화팽창과 물가불안 때문에 이번에는 우리 경제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의 3고에 휘말렸다. 환율이 오르자 오히려 무역적자가 늘고 외국자본은 손실을 피해 국내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성장률 하락을 동반해 물가와 실업의 이중고가 구조화하고 있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 한계기업과 가계부채의 부도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 살아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경제가 위기상황에 처할 때 보통 재정과 통화의 팽창정책을 펴 피해부문을 지원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을 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이와 같은 정책을 펴는 데 한계가 있다. 재정의 경우 정부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지출여력이 부족하다. 지난 정부 초기 600조원 수준으로 GDP 대비 36%에 머물렀던 국가채무가 5년 만에 1000조원을 초과해 GDP 대비 50%를 넘겼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인위적으로 팽창정책을 펴면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외채상환 압박이 나타나 경제의 부도위험이 높아진다. 금리도 인상기조 유지가 불가피하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리면 물가불안이 확산하는 것은 물론 외국자본이 유출해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에 비해 1.00~1.25%나 낮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재정이나 통화의 팽창정책을 펴면 경기침체는 막지 못하고 오히려 물가상승만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려면 경제를 개혁해서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하여 산업발전이 활성화하고 성장률이 높아지면 고용과 소득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소비가 증가하면 다시 투자가 늘어 성장률이 높아지는 선순환을 형성한다. 더 나아가 저축이 늘고 원리금 상환이 용이해 부채의 부도위기가 해소된다. 정부는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올해 노동, 금융, 교육, 서비스, 연금 등의 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미래기술 확보, 디지털 전환, 전략산업 초격차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신성장 전략을 펼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경제의 체질개혁과 산업발전에 필요한 규제혁신 등 개혁정책 전반의 청사진이 없는 상태다. 정부의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확실한 실천 노력이 절실하다. 정부의 개혁정책 추진이 과거 정부의 창조경제나 한국판 뉴딜처럼 용두사미로 끝나면 결코 안 된다.
 
 정부는 경제개혁과 함께 예산의 구조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이고 산업발전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통화와 금융정책도 금리인상을 최소화하고 산업자금 공급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매출 500대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계획이 없거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기업이 거의 절반에 이른다. 기업들은 경기침체 때문에 투자를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신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발전을 꾀하는 공격적인 전략을 펴야 한다. 경기침체기에 기업들의 긴축경영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투자를 멈추면 기업들은 발전의 발판을 잃고 미래경쟁에서 패배자가 된다. 경제가 위기일 때 선제적으로 개혁을 하고 산업을 발전시키면 도약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세계경제는 통화팽창과 공급망 훼손 등으로 인해 물가상승과 경기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위기 상태다. 향후 물가 안정과 에너지 및 원자재 공급의 정상화 등으로 안정세를 되찾을 경우 먼저 성장동력을 갖춘 나라들이 다른 나라에 앞서 강력한 경제국가로 발돋움할 것이다.
 
실로 큰 문제가 정치다. 우리나라 정치는 집권이나 정권의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여야가 국회의 입법기능을 정쟁 수단으로 삼고 상대방 정당의 법안이나 정책은 무조건 반대하는 극단적인 파당주의에 빠져 있다. 국회는 지난달 23일 본회의를 열어 639조원 규모의 올해 예산안과 부수 법안을 처리했다. 법정처리 시한을 무려 3주나 넘겨 대치하다가 막바지에 정치적 흥정을 벌여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정부안에서 4조6000억원을 깎았으나 지역예산 등 자신들이 원하는 예산은 3조5000억원 증액했다. 여당이 요구했던 경찰국 예산과 야당이 요구했던 지역화폐 예산은 각각 50%씩 타협했다. 법인세율은 여당의 최고세율 3% 인하안을 야당의 반대로 구간별 1% 인하로 바꾸었다. 이런 식으로 나갈 경우 향후 경제개혁과 산업발전 관련 법안들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할지 의문이다. 경제가 대내외 위기를 맞아 좌초 상태다. 여야 정치권은 침몰하는 배 위에서 편을 갈라 싸우는 자기파괴적 행위를 멈추고 경제 살리기부터 해야 한다.




이필상 필자 약력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고려대 총장 △제7대 유한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