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국내 중소기업, 그래핀 기술로 최고혁신상 쾌거···"활용성 무한해 새로운 산업군 형성 기대"

2023-01-05 18:25

“실리콘이 실리콘밸리라는 산업단지를 만들었듯 그래핀도 워낙 다방면에서 사용할 수 있어 새로운 산업단지와 산업군을 형성해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는 경북 포항이 ‘그래핀밸리’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핀스퀘어는 발열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히터 ‘그래핀 라디에이터’를 개발해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에서 가전 분야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그래핀 라디에이터는 그래핀 기술을 활용해 제품 표면을 최대 400도까지 높여 주변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제품이다. 열팽창에 따른 기계적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아 제품을 장시간 사용하더라도 무리가 가지 않는다.

홍 대표는 “코일을 활용한 난로가 100년이 넘은 기술”이라며 “100여년 만에 새로운 난방기술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래핀 제조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사용하기에 탄소 포집도 가능하고 부수적으로 수소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코일을 활용한 기술은 ‘선’을 따라 열이 발생하지만 그래핀을 활용하면 ‘면’ 단위에서 발열이 이뤄진다. 이런 혁신성·친환경성 등이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로부터 인정받아 ‘최고혁신상’을 거머쥔 것으로 풀이된다.

그의 말처럼 그래핀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습기·성애를 1분 만에 제거할 수 있는 필름을 생산하기 위해 제너럴모터스(GM), 현대모비스 등 국내·외 자동차 업계와 협업하고 있다. 이 필름을 자동차 앞유리, 라이다 센서, 카메라 등에 활용해 시야·안전 등을 확보할 수 있다.

홍 대표는 “이미 선보인 난방기구나 주방기구 등 가전제품 외에도 발열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그래핀이 사용될 것”이라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신약 개발, 국방 등 활용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래핀은 안정적이고 실생활에 쓰일 수 있는 잠재력이 상당하다”며 “CES 2023에 선보인 제품의 핵심인 ‘발열’은 그래핀으로 할 수 있는 10개 중에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 새롭게 생길 애플리케이션이나 산업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핀스퀘어의 다음 과제는 그래핀 필름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 숙제를 풀기 위해 본사를 포스코와 포스코그룹 산하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가 있는 경북 포항으로 옮겼다. 그는 “그래핀 대량생산 기술 확보에 필요한 도움을 포스코그룹과 경상북도, 포항시로부터 많이 받고 있다”며 “철강업계는 고온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깊고 RIST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처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핀스퀘어가 보유한 기술이 전 세계 경쟁사들보다 6개월~1년 가량 앞서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같은 앞선 기술력을 유지해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포항에 그래핀 관련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것이 홍 대표의 바람이다.

홍 대표는 “세계 1위 철강기업을 보유한 포항은 소재 분야에서 ‘1등 DNA’가 있다”며 “제조·생산 인력도 많아 산업단지가 형성되기 유리한 면이 있어 그래핀밸리가 포항에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병희 그래핀스퀘어 대표가 그래핀 기술을 활용한 난방기기 ‘그래핀 라디에이터’를 소개한 뒤 ‘CES 2023’ 최고혁신상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장문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