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컴퓨터 제조사 델도 탈중국…"중국산 반도체 사용 줄여라"

2023-01-05 15:48

델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컴퓨터 제조업체 델이 공급망 탈(脫)중국에 나선다.
 
닛케이아시아는 델이 오는 2024년까지 자사 제품에 중국산 반도체 사용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계획이라고 5일 보도했다.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세계 3위(출하량 기준) 컴퓨터 제조업체 델이 작년 말 공급업체들에 중국산 반도체 사용을 줄일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한 시도다.
 
이들 소식통은 델이 2024년까지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반도체를 중국이 아닌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대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델의) 목표가 매우 공격적"이라며 "중국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이 아닌 나라의 업체가 중국 내에서 생산한 반도체도 해당한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업체가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델의 주문을 잃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델은 반도체 외 전자 모듈, 인쇄 회로 기판 등 다른 부품 제조업체들과 조립업체들에도 베트남 등 중국 외 나라를 통해 생산 주문을 맞출 것을 요청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델의 경쟁 업체인 HP도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에 나서는 등 생산과 조립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기 위한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델과 HP 등 컴퓨터 제조업체들은 반도체가 어디에서 생산됐는지 등을 확인한 적이 없다. 따라서 이들의 태도 돌변에 관련 업계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델과 HP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델이 공급망을 다각화할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다소 급진적"이라며 "그들은 미국 정부의 정책에 대한 우려로 중국산 반도체를 원하지 않는다. 이런 추세는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델은 이와 관련해 "세계 전역을 통해 공급망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중국은 우리 팀원과 고객이 있는 중요한 시장"이라고만 닛케이아시아에 밝혔다.
 
미국은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중국 반도체 부문을 옥죄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단행하는 등 미국이 보유한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중국 최고 반도체 제조업체인 SMIC는 지난 11월 일부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상무부의 발표 이후 주문을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 제공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델과 HP는 지난 2021년에 1억 3300만 대 이상의 노트북과 데스크탑을 중국에서 출하했다. 이들 기업은 중국 장쑤성 쿤산과 쓰촨성 충칭에서 제품 대부분을 조립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긴장 고조로 미국 기업들의 탈중국에 속도가 붙었다. 애플은 올해 중반부터 베트남에서 맥북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카운터포인트의 테크 애널리스트인 이반 람은 앞으로 5~10년간 중국에 집중됐던 공급망이 인도, 동남아시아, 남미 등으로 분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에는 추세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