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출연장·법률지원 등 '깡통전세' 대책 가동…청년·신혼부부 돕는다

2023-01-05 16:10
신혼부부·청년 무이자 대출 연장…'악성 임대인' 모니터링

서울 용산에서 바라본 다세대·연립주택 밀집촌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시가 늘어나는 '깡통전세' 피해를 막고 피해자를 돕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깡통전세는 주택 매매값보다 전셋값이 높은 집을 말한다. 

서울시는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사기 피해에 놓인 주거 약자를 돕기 위해 '깡통전세 피해 지원 및 예방 대책'을 마련하고 이달부터 가동에 들어간다"고 5일 밝혔다. 최근 깡통전세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계약 정보가 부족한 임차인의 상황을 악용, 불법적 방법으로 사기를 벌이는 전세 사기가 증가한 데 따른 조치다.

대책은 크게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금융·법률 지원 △악성 임대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잠재적 깡통전세로 인한 피해 예방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시는 지난해 8월부터 깡통전세 및 전세사기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전세가율 등 전·월세 정보를 공개하고 전세계약 체결 시 유의·확인사항 상담, 전세가격상담센터 운영, 불법 중개행위 집중 수사 등을 시행해왔다. 이번에는 실제 사기 피해를 입은 시민에 대한 직접적으로 돕는 내용과 피해 예방 방안이 추가됐다.

시는 '서울시 신혼부부·청년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을 받고 있는 가구 중 깡통전세 또는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가구에게 최장 4년까지 대출 상환 및 이자 지원을 연장해준다. 전세사기 피해가 대부분 20~30대 신혼부부나 청년에 집중된 점을 고려, 임대차 계약 기간 또는 대출 기간 만료 시에도 소득·연령 등 자격요건과 무관하게 지원하기로 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해 임차주택의 등기부에 임차권이 설정된 경우, 임대인에 대한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이나 임차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가 진행될 경우가 지원 대상이다.

전세사기 등으로 인해 법적대응을 준비하는 가구에게 최장 4년간 대출이자를 시가 모두 부담해주는 제도도 추진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임대인에 대한 소송이 개시됐거나, 임차주택이 법원경매로 넘어가 관련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 해당된다.

올해 신혼부부·청년 임차보증금 이자 지원 신규 대상자에게는 '전세자금 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및 보증료를 전액 지원한다. 전세자금 보증금 반환보증은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신 임차보증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분쟁 조정과 융자, 임대차, 가격상담 등 기능을 통합한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도 내달 중으로 확대 개편해 운영한다. 기존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와 전세가격상담센터에서 제공하던 금융지원·주택임대차·전세가격 상담, 분쟁조정위원회 운영, 지역별 전세가율 정보를 비롯해 전세사기 관련 전문 법률지원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법률지원을 위해 서울시 관련 부서 담당 공무원을 비롯해 공인중개사, 변호사, 법무사 등 전문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 임차인에 대한 정부 긴급자금 대출 최대한도(1억6000만원)가 평균 4억7000만원인 서울 시내 전셋값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임을 감안해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 시가 피해자들을 추가로 지원할 방안을 마련한다. 피해 임차인을 지원할 수 있는 저금리 대출상품을 개발하는 방안 등을 계획 중이다.

전세사기의 주범인 악성 임대인이 나오기 전 선제 대응을 위해 '전세사기 의심주택'을 모니터링한다. 올 상반기에 서울시 토지관리과·민생사법경찰단·자치구 합동으로 전세사기 가담 불법 중개행위 현장 점검과 단속을 집중 진행한다. 건축물 소유자 정보, 주택매대 및 전·월세 거래정보 등 종합 분석을 통해 악성 임대인의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경찰청과 정보를 공유하고 수사에 협조할 계획이다. 
 
특히 건축법상 허가 대상인 29가구 이하 공동주택도 사용 승인시 분양 예정가를 신고하게끔 개정을 건의한다. 깡통전세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신축빌라에 대한 공정한 가격산정 체계를 마련, 임차인이 사전에 예정 매매가격을 확인하고 계약할 수 있게 할 목적이다. 또 주택임대관리업자가 임차인과 불법적 이중계약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계약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를 막기 위해 임대관리업자의 책임 강화를 위한 법령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세계약 전 깡통전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기존 '서울주거포털' 홈페이지에 공개했던 '자치구·주택유형별 전세가율' 정보를 이달부터는 다방, R114, 부동산플래닛 등 민간 부동산 포털 앱을 통해서도 제공한다. 서울 전역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전세가율 자료를 비치하도록 하고, 시내 소재 대학과 연계해 사회초년생을 위한 부동산 계약 관련 특강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유창수 주택정책실장은 "20~30대의 전 재산에 가까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즉시 실행할 것"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는 한편, 깡통전세로 인한 전세사기를 예방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