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레이스] 변협회장 역할 잊었나...'사법부 교체기' 네거티브 '난무'

2023-01-05 16:19
향후 2년간 대법관 9명·헌재 재판관 7명 교체
네거티브전 격화..."선거 과정도 평가받아야"

오는 16일 치러지는 제52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낸 김영훈(59‧사법연수원 27기)‧안병희(60·군법 7회)‧박종흔(55·군법 10회·31기) 변호사. [사진=아주경제DB][사진=아주경제DB]


차기 대한변호사협회장 임기 동안 대법관 9명, 헌법재판소 재판관 7명이 교체된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네거티브전에서 나아가 각종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지면서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고민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현직 변협회장 등 법조계 원로들은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회장 임기는 2년이다. 오는 16일 당선될 제52대 변협회장은 다음 달 말부터 2025년 2월까지 회무를 전담하게 된다. 회무 활동 이외에 변협회장은 대법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등 후보추천위원회 당연직으로 참여해 법조계 주요 인사들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향후 2년간 대법관 9명·헌재 재판관 7명 교체
특히 차기 변협회장은 '인사'에 있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2년 동안 사법부 구성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예정이어서다. 올해에만 김명수 대법원장(사법연수원 15기)을 포함한 대법관 3명(조재연‧박정화 대법관)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13기)을 포함한 헌법재판관 3명(이선애‧이석태 재판관)이 교체된다.

내년에는 대법원에서 안철상(15기)·민유숙(18기)‧이동원(17기)·김선수(17기)·노정희(19기)·김상환(20기) 등 대법관 6명이 교체된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이은애(19기)‧이종석(15기)·김기영(22기)·이영진(22기) 등 재판관 4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2년 사법부 구성과 지형, 색채에 상당한 변화가 예고되는 만큼 차기 변협회장은 사법부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차기 변협회장의 역할이 막중하다. 변협회장의 성향이나 색채, 의견이 사법부에 관철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지금 후보들이 네거티브전을 벌여 걱정이 많이 된다"고 우려했다.
 
네거티브전 격화..."선거 과정도 평가받아야"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사법부 지형 변화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다. 선거 과정에서 네거티브전만 격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대 후보의 공보물이 선거규정 위반이라며 제재를 하거나, 상대 후보가 규정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것이다. 안병희 후보 측은 현 변협의 셀프 수임과 수당 인상 문제를 지적했고, 김영훈 후보(현 변협 부협회장) 측은 "변협이 얽힌 소송에 대해 집행부가 무료 혹은 싼값에 수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현직 변협회장들은 법조인들이 특히 상식과 원칙 등 정도(正道)를 지키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거티브전이 과열될 경우 법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실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엽 변협회장은 "적어도 사실에 입각해 비판해야 한다"며 "누구보다 주장하고 판단할 때 합리적인 사고를 가져야 하는 법률가들의 선거에서 마치 선동하듯 정치선거처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김현 전 변협회장도 "최고 지성인들의 선거인 만큼 젠틀하게 진행됐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지금부터라도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선관위가 후보자들을 지나치게 제재해서 표현의 자유나 유권자 알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여성 유권자 1만여명을 대표하는 김학자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변협회장이 한국 사회와 사법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직업군이라며 공정하고 깨끗하게 선거 과정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선거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정도 평가받아야 한다"며 "정책보다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선을 넘는 모욕적 행동, 인격모독 등은 변호사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이 누가 지성인답게 선거 과정에 임했는지에 대한 평가를 투표를 통해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