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교체에 조직개편까지...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들 "바쁘다 바빠"

2023-01-04 18:50
국가 전략기술, 에너지 안보 등 2023년 경영전략 발표
새해 조직개편 단행...디지털 기술, 우주개발 등 강화
일부 출연연 기관장 사실상 공석...리더십 공백도 해결해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위치한 대덕연구개발특구 전경 [사진=ETRI]

과기정통부 산하 주요 출연연과 공공기관이 새 단장에 나서고 있다.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한편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기도 했다. 정부의 디지털 국정과제 추진에 발맞추기 위함이지만 일각에선 구색 맞추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4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지난달 새 기관장을 맞이했다. 방승찬 ETRI 원장과 주한규 KAERI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방 원장은 5G포럼 공동의장 등을 맡고 있는 이동통신 분야 전문가다. 올해 ETRI는 주요 화두를 국가 전략기술 확보로 잡았다. 통신 인프라, 인공지능(AI) 등 전략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주 원장은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 등으로 활동 중인 원자력 분야 전문가다. 올해 KAERI에서는 소형 원자로 'SMART' 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i-SMR 개발을 본격화한다. 사용 후 핵연료 관리, AI 기반 원전 진단 등 선진 기술로 에너지 안보에 기여한다.

일부 출연연은 새 수장을 맞이한 곳이 부러운 실정이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원장 임기는 지난해 4월까지였다. 하지만 여전히 신임 원장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한국화학연구원(KRICT) 등도 지난해 말 원장 임기가 끝났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다음 달 임기가 끝난다. 현재로선 각 원장들이 업무를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굵직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다.
 

[사진=김효곤 기자]

◆대대적인 조직 개편으로 정책 지원···정부 기조 맞춘 구색 맞추기 개편 지적도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1일자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6대 디지털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조직을 재편했으며, 계획 수립·조정, 전문가 선정 등의 기능은 별도조직으로 구성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였다. 예산, 인재양성, 법·제도, 국제협력 등 기능은 일원화했다. 이를 통해 기존 기술별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으로 총괄해, 정부 공공기관 혁신방안에 맞춰 운영 효율성을 제고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유사한 조직을 통합하고, 디지털플랫폼정부 지원체계를 강화했다. 기존 50개 팀과 1TF 규모로 운영해온 조직을 41개 팀으로 개편하면서 핵심 기능에 인력을 재배치해 조직 효율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8월 취임한 황종성 NIA 원장은 디지털플랫폼정부지원본부를 신설하고, 국정과제를 지원하는 체계를 갖춘 바 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플랫폼정부 조기구현, 국가 데이터 정책과 인프라 고도화 등 핵심 과제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오는 9일 조직을 개편한다. 총무, 기획, 홍보 등 경영 관련 직무를 효율화하는 한편, 사이버 보안과 디지털 안전 전문기관으로서 기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디지털안전본부를 신설하고 국민에게 불편 없는 디지털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힘쓸 계획이다.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조직개편이 이뤄진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이달 1일 기존 '국토지질연구본부'를 '국토우주지질연구본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우주 지질 기초연구, 우주 현지 자원 활용 기술개발 등의 목적을 명확히 표현하기 위함이다. 또한 화성 탐사 등 장기적인 우주개발 정책에 맞춰 연구본부 산하에 우주자원개발센터를 신설했다. 센터장으로는 달 행성 지질 전문가인 김경자 책임연구원을 임명했다. 다누리호에 탑재된 감마선분광기를 개발한 주역이다. 향후 센터는 헬륨-3, 희토류 등 달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자원을 우주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지난달 12일 발표한 발사체연구소 중심의 조직 개편을 계획대로 추진할 전망이다. 앞서 항우연은 발사체연구소를 신설하고, 기존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를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누리호 고도화사업 등과 통합하는 종합 연구소로 개편했다. 제한적인 인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전략이다.

다만, 이러한 조직개편이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기조에 따른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전달하고, 구조·예산·복리후생 축소 등을 요구한 바 있으며, 실제로 이번 조직개편을 단행한 기관은 기존 조직을 통합하고 대부분 간부직 정원을 줄였다. 항우연의 경우 고정환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은 새로운 조직개편 방안이 발사체 개발사업에 적합하지 않는 구조라며 개편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