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K-진단키트, 엔데믹 전략은?

2023-01-02 17:04
대표 구속에 계약취소까지 악재 겹쳐

[사진=연합뉴스]

국내 진단기기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진단키트 월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억 달러 미만으로 감소한 데 이어 계약 해지, 주가 조작 의혹 등 악재가 겹치면서다. 

2일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진단키트 총수출액은 7447만 달러(약 976억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유행이 본격 시작된 2020년 4월 이후 월간 수출액이 1억 달러 이하로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단키트 시장은 코로나19와 함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바이오의료기기 수출액은 체외진단기기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39% 늘어난 4조220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엔데믹이 본격화한 지난 7월부터 월간 수출액이 1억 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점차 수출 규모가 하락하고 있다.

최근에는 계약 해지, 주가 조작 의혹 등 악재까지 발생했다. 휴마시스는 지난해 12월 29일 셀트리온과 맺은 1366억원 규모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 공급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는 작년 1월 맺은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 공급계약으로 계약 기간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지였다. 현재까지 진단키트를 계약 금액 중 32.7%인 446억원어치 공급했고 남아 있는 금액은 920억원 규모다.

휴마시스와 셀트리온 모두 상대방 측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해당 분쟁은 법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엔 최인환 피에이치씨(PHC) 대표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최 대표는 자사가 생산한 자가진단키트 관련 허위 정보를 공지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여러 악재까지 겹치면서 향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업체들은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우선 씨젠은 본업인 분자진단 사업에 집중하면서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우선 소화기감염증(GI),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등 비코로나(Non-COVID) 제품 비중을 늘리면서 엔데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현지법인장과 의과학부문장, 연구개발(R&D) 담당을 영입해 전 세계 최대 분자진단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 위한 기초를 다졌다. 이는 미국에서 자체적인 R&D와 제품 개발, 생산 능력을 갖춰 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현금으로 곳간을 채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2021년 브라질 2위 진단기업 에코 디아그노스티카를 인수했다. 같은 해 9월 백금 기반 무효소 방식 연속 혈당측정기를 개발하고 있는 유엑스엔에 총 400억원을 지분 투자했다. 작년 7월에는 약 2조원에 미국 체외진단기업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휴마시스는 분자진단을 비롯해 혈당진단, 생화학진단, 원격진단 등 사업 분야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현재 베트남과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 법인과 더불어 총 3개 지역을 거점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진단키트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이 빨라지면서 코로나19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실적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하다"며 "다만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만큼 향후 주력 사업에서 이를 잘 활용하면 실적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