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냐 최문순이냐...'레고랜드 사태' 배임죄 성립 가능성은

2022-12-27 14:34
"김진태, 레고랜드 사태 직접 초래했다고 보기 어려워"
"최문순, 막대한 손실 예견했는지에 따라 유무죄 갈려"

김진태 강원도지사(왼쪽),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사진=연합뉴스]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배임죄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반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의 경우 레고랜드 사업을 계획‧운영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예견했는지 등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 공익법률위원회 등은 이날 김 지사를 업무상 배임, 국고손실,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 지사가 레고랜드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강원도와 강원도민에게 최소 12억5000만원의 연체 이자를 포함해 최대 128억원의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주장이다.
 
고발인 "보증의무 이행 거부로 강원도에 손해 끼쳐" 주장
고발인은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의 재산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서 중대한 업무상 책임과 직접적 업무상 신임 관계가 존재하는데, 김 지사가 보증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고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돌연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면서 도와 도민들에게 큰 손해를 끼쳤다"고 고발장에 적시했다.

또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돼 강원도가 발행하는 지방채의 신용도 하락으로 강원도 차원의 개발사업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직간접적 피해를 야기했고,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에도 큰 혼란과 피해를 낳았다"고도 주장했다.

강원도에서 지난 12일 보증채무 2050억원을 상환한 것과 관련해선 "강원도 자체 재원으로 1050억원을 마련했고, 주민 복리증진을 위한 지역개발기금에서 1000억원을 빌린 것"이라며 "이는 실로 중대한 업무상 배임행위로 직접적으로 강원도와 강원도민에게 큰 피해와 손해를 끼쳤다"고 했다.
 
"김진태, 배임 성립 어려워...최문순, 막대한 손실 예견 여부 쟁점"
그러나 법조계에선 김 지사의 배임죄 성립이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레고랜드 부실을 직접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배임죄는 본인 또는 제3자의 재산상 이익이 있어야 성립하는 범죄인데,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입증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유왕현 변호사(법무법인 새서울)는 "김 지사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의 레고랜드의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레고랜드 부실을 직접 초래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성 변호사(법률사무소 미래로)도 "배임죄 성립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금전적 대가관계가 아니라 방만한 도정운영이 고발 내용의 골자인 것으로 보이므로 이것만 가지고 처벌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최문순 전 지사도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와 관련해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다. 주요 고발 내용은 중도개발공사의 멀린사에 대한 800억원 지원, 도의회 의결 없는 2050억원 채무보증 확대, 중도개발공사로부터 다수의 부지를 염가 매수 후 다시 고가로 매도한 부분 등이다. 고발인은 또 지방재정법상 필수적인 도의회 사전 의결 없이 강원도가 2050억원으로 채무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승인해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유 변호사는 "최 전 지사가 레고랜드의 사업을 계획‧운영함에 있어 강원도에 막대한 손실이 예견됨에도 무모하게 강행한 경우에는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당시 레고랜드를 운영하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었다면 경영 판단의 법칙이 적용돼 면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최 전 지사의 경우 구체적으로 멀린사 등을 통해 금전적 해악을 끼친 내용"이라며 "특혜로 볼 수 있는지, 거래 관행상 비정상 거래인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