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긴축 못 견뎌…아시아서 제일 먼저 금리인상 중단할 것"

2022-12-19 15:4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내년에 아시아 각국이 경기침체의 위험에 직면하면서 금리인상 페달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닛케이아시아가 19일 보도했다.
 
매체는 내년에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확산하면서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내년에는 경기침체로 초점을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 한국의 11월 수출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등 성장 둔화의 징후가 이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닛케이아시아는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한국이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국의 경기둔화에 크게 노출돼 있다. 특히 한국은행은 자국 통화 가치 방어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식히기 위해서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다른 나라들보다 빨리 금리인상으로 전환한 것이다. 

매체는 한국 경제 상황이 금리인상을 오래 견딜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아시아는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인상은 한국 경제의 민간 부문에 직격탄이 됐다”며 “한국은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금리를 총 275bp(1bp=0.01%포인트) 올렸는데 이는 아시아에서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리인상 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GDP 대비 102%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의 80% 이상이 변동 금리가 적용됐다. 국내 회사채 시장도 유동성 경색이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애널리스트들은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조심스레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피치솔루션스 애널리스트들은 “신용 시장에 대한 압박과 경제 약화는 한국은행이 신중하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한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주기의 정점이 가까워졌다고 예상했다.

태국 역시 가계부채가 GDP의 87%에 달할 정도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노무라증권은 태국의 가계부채가 신용카드 부채 등에 집중돼 있어 금리인상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봤다. 관광 부문이 빠른 속도로 살아나고 있지만 경제 둔화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다. 이외에 인도도 금리인상 사이클을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으며,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부양 등을 위해 각 부문별로 세밀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아시아 지역의 한 줄기 희망은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이다. 중국의 리오프닝은 상품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으나,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로 인해서 상품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 달러 가치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부담을 줄여 준다. 모건스탠리의 경제학자들은 미국 달러 가치가 이미 정점을 찍었으며 2023년 내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