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이사회 "손태승 회장 거취, 다음달 논의할 예정"

2022-12-16 20:22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징계 무효화로 사법리스크를 일부 해소한 가운데 연임의 키를 쥔 우리금융 이사회가 다음달 손 회장의 연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이날 오후 올해 사업 결산을 위한 정기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회는 그룹의 내년도 경영계획 등 통상 안건을 처리하는 자리로 마련됐으며, 금융권 내 '뜨거운 감자'인 손 회장 거취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용 사외이사는 이날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1월이 돼야 무슨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며 "아직 회추위(회장추천위원회) 계획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이사는 하루 전 대법원의 DLF 징계 관련 취소소송 승소 판결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답변했다. 박 이사는 "1심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승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며 "(당시)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95% 이상 승소 확률이 있다고 해서 소송에 돌입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DLF 손실 사태로 금감원으로 받은 중징계(문책경고)를 취소해달라는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손 회장은 이번 대법 결정으로 DLF 관련 법적리스크는 해소했으나 당국이 라임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해 또다시 손 회장에 대한 중징계(문책경고)를 결정하면서 이를 수용할지, 앞서 DLF 소송처럼 불복할지 갈림길에 놓인 상황. 회장 연임을 위해서는 반드시 중징계를 피해야 하는 만큼 금융당국과 또다시 법적공방에 돌입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이사는 당국 제재 관련 대응에 대해 "사외이사들이나 회장님이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올 연말까지는 이사회에서 논의할 계획도 없다"고 장고의 뜻을 밝혔다. 피감 금융회사 입장에서 금융당국과 잇단 소송전에 따른 부담감 등에 대해서는 "여러 고려요소 중 하나"라며 "그것만 갖고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손 회장 연임을 위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금융당국의 압박이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1년 6개월간 미뤄왔던 라임 관련 징계를 손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갑작스레 결정한 것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연일 강도 높은 발언으로 손 회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원장은 손 회장 징계 결정 하루 뒤인 지난달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면서 "경영진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손 회장의 라임 징계 불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퇴진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박 이사는 금감원장의 '현명한 판단'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래서 지금 현명한 판단을 하려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라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