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늘리는 외국항공사···국내 LCC, 알짜노선 뺏길라 '고심'

2022-12-16 08:20
올 들어 외항사 국제선 여객 점유율 41%
LCC여객수는 18%···2018년엔 14%p 앞서
베트남·태국·필리핀 항공사 '공격적 행보'
운항 승객수서 LCC 추월···매출 상승세

외항사의 국제선 항공여객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국제선 운항 증편이 주줌한 사이 저렴한 인건비와 모기업 지원 등을 무기 삼아 국내 여객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올해 재무에 빨간불이 켜진 국내 항공사는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을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5일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1월 국제선 운항 편수 중 외항사 비중은 41%로 집계됐다.

국내 6개 LCC 비중은 절반 수준인 16%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외항사와 국내 LCC가 각각 30%대 국제선 운항 편수 비중을 나타낸 것과 달리 올해 외항사 비중이 높아졌다. 

올 1~11월 외항사의 국제선 탑승객 시장 점유율은 37%(575만2483명)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LCC의 여객 수 비중은 18%(306만3403명)에 그쳤다. 2018년 국내 LCC 점유율(37%)이 14% 앞섰던 것과 대조된다. 

특히 외항사는 한국과 동남아시아 노선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10월 14일~12월 14일 인천~베트남 다낭 노선에서 비엣젯항공 운항 편수는 2018년보다 82편 늘어난 337편이었다. 수송 여객 수도 2018년 4만5145명에서 올해 5만5216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노선에서 진에어 운항 편수는 2018년 277편에서 올해 124편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승객 수도 7만1432명에서 1만9429명으로 감소했다. 티웨이항공 운항 편수와 승객 수도 2018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인천~냐짱 노선에는 비엣젯항공 항공기 1편당 평균 승객 수가 158명으로 에어부산(156명), 진에어(156명), 제주항공(148명) 등보다 많았다. 태국 방콕 노선도 타이항공 항공기 편당 평균 승객 수(251명)가 제주항공(177명), 진에어(215명)보다 많았다. 필리핀도 세부퍼시픽항공과 필리핀항공이 국내 LCC보다 편당 승객 수가 40명 가까이 많았다. 

외항사들 입지가 커진 이유는 한국보다 빠르게 국제선 규제를 해제하면서 공격적으로 운항을 증편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정부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운항 규모를 코로나19 이전 대비 8.9%로 규제했다. 또한 해외 입국자에 대한 7일간 격리의무 조치를 장기간 이어가면서 여행 수요 회복에도 제동이 걸렸다. 

베트남과 태국 등 주요 동남아 국가들은 일찌감치 항공사들에 대해 운항 증편을 허용한 결과 올 3분기 비엣젯항공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비엣젯항공은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직항하는 노선을 10개로 늘렸고 추석 등 국내 성수기에 항공권을 99%까지 할인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여행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현재도 항공권 가격은 국내 LCC 대비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내년 2월 14일 기준 비엣젯항공 인천~냐짱 편도 항공권 가격은 7만원으로 진에어(13만2000원), 에어서울(12만원), 에어부산(11만원) 등보다 최대 절반 저렴하다. 비엣젯항공은 다음 주부터 국내 LCC가 운항하지 않는 베트남 껀터, 달랏 직항 노선을 재운항할 계획이다. 

타이 에어아시아 엑스는 아시아 최대 규모 LCC 항공사인 모기업 에어아시아그룹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방콕 노선 운항 횟수를 주 10회로 증편했다. 이에 올 10~12월 여객 5만6264명을 끌어모았다. 이는 제주항공(4만4123명), 진에어(2만6673명), 에어부산(1만2145명)을 넘어서는 여객 수다. 회사는 부산 출발 노선도 검토 중이다. 

저렴한 인건비도 외항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항공사 매출 중 인건비가 20~30%를 차지한다. 낮은 인건비로 국내 항공사 대비 원가를 절감해 운항을 증편할 수 있는 여력을 더욱 갖출 수 있다. 올 6월 국내 항공사들이 유가 인상 등으로 유류할증료를 최대 29만원까지 인상할 당시 타이 에어아시아 엑스가 '할증료 0원 이벤트'를 내세울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외항사는 자국 여객 탑승률이 높았지만 현재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여객 수요가 많아지면서 국내 고객들도 외항사를 찾고 있다"며 "수요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항공사가 동남아로 몰리니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저가인 외항사 경쟁력을 이기려면 서비스 질 등 다른 측면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비엣젯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