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의 그늘 ④] 여전히 '당국 눈치 보기' 급급한 2금융권

2022-12-16 07:00

 

카드·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관치금융은 오랜 기간 지속해 온 해묵은 과제 중 하나다. 이로 인해 미래경쟁력 확보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수익성 악화, 업무 가중 등 다양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사례가 고착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금융의 전체적인 흐름이 ‘비대면’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적절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관치금융’으로부터의 탈피가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가 꼽는 관치의 최대 취약점은 주기별로 반복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이다. 정부는 지난 13년간 14차례에 걸쳐 가맹점 수수료를 내렸다. 그 결과 2007년 4.5%에 달했던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로 반토막났고, 영세가맹점(연 매출 3억원 이하)은 0.5%까지 떨어졌다. 카드업계에서 주장하는 적정 가맹점 수수료율은 1.5% 수준이다. 더는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만으론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이러한 결과는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하나카드의 경우 3분기 신판 개인 매출(41조7000억원)이 작년보다 7.6% 늘고 기업 매출(15조1000억원)도 31.8%나 증가했지만, 가맹점 수수료가 더 큰 폭으로 줄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다른 카드사들도 상황은 대체로 비슷하다. 정부는 올해 내로 가맹점 수수료 체제를 바로잡을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 분위기상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신사업을 키우는데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6월 각 카드사 실무들을 불러 모아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 진출 자제 명령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사실상 사업 방향을 강요한 셈이다. 현대카드가 이러한 권고에도 독자적으로 치고 나가자, 재차 불러 ‘나 홀로 면담’을 실시하기도 했다.
 
무리한 업무 지시가 당연시되는 것도 문제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한창이던 작년 10~11월 당시 시행됐던 ‘신용카드 캐시백(상생 소비 지원금)’을 두고 실무자들 사이에선 아직도 ‘끔찍한 악몽’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는 8월 중 해당 안을 마련한 뒤, 카드사에 당장 9월 1일부터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에는 대상가맹점이 확정되지도, 관련 시스템이 구축되지도 않았던 상황이었다. 이후 실무자들 사이에선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가 반복됐고. 결국 이 제도는 뒤로 한 달 밀린 10월부터 시행됐다.
 
저축은행들도 정부의 ‘암묵적 강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떨어질 당시, 자발적 ‘금리 인하’ 소급적용을 사실상 강요받았던 전례가 있다. 끝까지 결정을 미뤘던 OK저축은행은 결국 금융감독원의 호출을 받았고, 이후 2018년 11월 이전 대출금리도 20% 이하로 함께 내렸다. 지역별 의무여신 규제로 인해 디지털 성장도 발목을 잡히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은 전체 대출의 40%(수도권은 50%)를 각 영업구역 내에서 취급하도록 규제를 받고 있다. 사실상 디지털 활성화를 통한 고객 모집 다각화가 불가능한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