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반도체 수출통제 WTO에 제소… 본격 맞대응 나서

2022-12-13 15:3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월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본격적으로 맞대응하고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한 분쟁해결절차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는 조약법률국 책임자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의 WTO 제소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려는 것”이라며 “중국의 합법적 권익을 수호하는 데 필요한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對)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중국은 “미국은 최근 국가 안보 개념을 확대해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했다”며 “반도체 등 산업 분야의 정상적인 국제 무역을 방해하고 있다”고 입장을 말했다. 이어 미국의 조치에 대해 “글로벌 산업 체인과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하고 국제경제 질서와 규칙을 파괴한 전형적인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라며 “미국은 반도체 등 첨단 제품에 대한 무역 교란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갔다. 
 
미국은 중국의 WTO 제소에 관해 협의 요청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으나, 국가 안보 관련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1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의 애덤 조지 대변인은 중국의 WTO 제소에 대해 “반도체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특정 조치와 관련해 (중국으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미 중국에 전달한 것처럼 해당 조치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것으로, WTO는 국가 안보 관련 문제를 논의하기에 적절한 곳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앞서 지난 10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상무부는 고성능 인공지능(AI) 학습용 반도체와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특정 반도체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했으며,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한편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의 대(對)중 반도체 수출 통제 동참을 끌어내면서 ‘3국 동맹’을 달성했다. 12일 블룸버그통신은 일본과 네덜란드 정부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조치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앞으로 몇 주 내에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중 일부를 채택한 후 발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3국 동맹’이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장비 구매 능력을 거의 원천 봉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2일 한·중 외교장관 화상 회담에서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함께 미국이 WTO의 세계무역 규칙 위반 결정을 거부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은 재차 국제 규칙의 건설자가 아닌 파괴자임을 증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각국은 세계화에 역행하는 낡은 사고와 일방적인 패권 행태에 맞서야 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세계 각국의 미국 견제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