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무비, 저작권법 침해 넘어 영화 생태계 흐린다…배급사들은 '한숨만'
2022-12-07 17:55
패스트 무비는 2시간 이상 관람해야 하는 영화를 짧은 시간 동안 소비할 수 있도록 편집한 콘텐츠다.
이 패스트 무비는 바쁜 일상을 사는 현대인들 입장에서는 가성비 좋은 콘텐츠가 되겠지만, '저작권 침해'는 큰 문제로 인식된다. 해당 콘텐츠들이 원작의 주요 영상은 물론, 결말(스포일러)까지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패스트 무비 등 저작권 침해 소지가 다분한 영상들이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충분히 영화 생태계를 흐릴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는 스포일러를 포함한 영화 리뷰를 무단으로 제작하고 공개한 혐의로 20대 유튜버에게 피해보상금 5억엔(약 48억원)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원고인 13개 영화사가 유튜브에 배포된 영화의 가격을 근거로 해당 콘텐츠 1회 시청에 따른 피해액을 200엔(약 1900원)으로 산정, 법원이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내 영화계는 아직 '패스트 무비'에 관한 고소 사례는 없다. 그러나 최근 스포일러를 포함한 '패스트 무비'가 우후죽순 제작되자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대응하고 있는 분위기다.
쇼박스 측은 "저작권 위반 콘텐츠는 신고·삭제가 원칙이지만 항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인력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모든 콘텐츠를 검수할 수 없다. 다만 2021년 이후 작품들은 가이드 라인을 세우고 엄격하게 관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NEW와 롯데엔터테인먼트는 극장 개봉 전·후 운영 가이드를 세분화하고 있다. NEW의 경우 극장 개봉 전에는 공식 채널 및 별도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채널에만 노출할 수 있고, 극장 개봉 후~SVOD(주문형 비디오 구독) 공개 전에는 공개된 영상 선재물을 통해서만 저작물 노출이 가능하다. 수익 창출은 NEW에서 확보하는 식이다.
SVOD 공개 이후에는 본편 내용이 포함된 영상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지만, 결말과 스포일러가 포함된 영상은 NEW CID를 통해 삭제한다. 롯데엔터도 마찬가지다. "극장 개봉작과 기개봉작을 나누어 관리"하고 "결말·스포일러가 포함된 영상은 유튜브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시스템의 도움을 받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판단해 삭제한다"고 설명했다.
CJ ENM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단일한 기준을 두고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라며 "작품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의 경우에는 스포일러·결말이 포함되더라도 놔두는 경우가 왕왕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이나 콘텐츠에 따라 '패스트 무비' 가이드 라인을 눙치는 경우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배급사마다 가이드라인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영화 유튜브 콘텐츠에 관해 강경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건 대체로 같았다.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가 실제 요약 영상을 보고 SVOD나 IPTV(인터넷 TV) 시청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 영화 관계자는 "국내 영화 유튜버들이 한국 영화 리뷰할 때 상도덕을 어겨가며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는 아직 없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식적인 제재를 하려면 투자·배급사들끼리 협의 기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데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실제적인 대응은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전문가들은 "국내 배급사들이 현재 패스트 무비를 용인하고 있지만, 이는 나중을 위해서도 분명 경계해야 할 콘텐츠"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줄거리를 축약한 10분짜리 영상 콘텐츠 1건이 여러 가지 저작권 침해를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패스트무비는 영화 자체를 복제하는 것으로 간주해 복제권 침해가 될 수 있고, 온라인 업로드는 전송권 침해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10분 축약 영상은 사안에 따라 동일성 유지권(저작 인정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그대로 유지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외에 해당 영상은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도 해당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패스트무비 유튜버가 철퇴를 맞은 구체적 사례는 없지만, 분명 문제가 많다. 현재 국내 저작권자들이 현 상황을 묵인하고 있을 뿐이지, 입장을 바꿔서 고소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 일본과 비슷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