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신사업 IPO '일단 멈춤'...전문가 CEO 전진 배치로 내실 다지기

2022-12-01 18:16
SK스퀘어 박성하 그룹 내 전략 전문가
SK쉴더스 박진효 ICT계 20년 '한우물'
11번가 안정은 쿠팡 등 e커머스 기획
원스토어 전동진 엔씨소프트 초기멤버

SK그룹이 정보통신기술(ICT), 배터리 등 신성장 계열사에 대한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M&A(인수합병), IPO 중심이던 대표 인사를 재무구조·사업 전문가로 전격 교체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기업 자금 조달 경색 등 ‘전시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신성장 사업에 대한 IPO를 무기한 연기하고 당분간은 영업 활동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이 같은 의사가 반영된 2023년 그룹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사업 부회장들이 유임된 가운데 SK스퀘어와 SK온 사장 인사가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한 반도체·ICT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는 출범과 동시에 계열사 상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추진했다. SK쉴더스, 원스토어, 11번가 등이 상장 대상이다. 이 같은 전략은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SK스퀘어 대표에 박성하 SK C&C 대표가 선임되며 해당 전략도 전면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 선임과 함께 그룹 내 M&A 전문가로서 SK스퀘어 계열사에 대한 IPO를 이끌어왔던 박 부회장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ICT 패밀리사를 대상으로 사업협력 시너지 확대에 집중할 예정이다.
 
신임 박 대표는 그룹 내 전략 전문가로 손꼽힌다. 줄곧 경영전략 관련 업무를 맡았고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는 데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투명) 경영 실행에 발맞춰 환경과 안전, 보건·의료 등 산업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ESG 플랫폼과 솔루션 개발에 적극적 행보를 보인 인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M&A 전문가를 배제하고 전략 전문가를 중간지주사 대표에 앉힌 것을 두고는 SK스퀘어가 더 이상 IPO를 추진하지 않고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재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최근 자회사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데 이를 통해 신성장 사업 투자 자원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IPO를 준비했던 SK쉴더스, 원스토어, 11번가도 마찬가지다. 보안기술전문 기업 SK쉴더스에서는 박진효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했으며 11번가와 원스토어는 각각 안정은 11번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전동진 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대표를 대표로 선임했다.
 
박진효 대표는 20년 넘게 ICT 분야에서만 일한 기술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11번가 첫 여성 대표인 안 대표는 야후코리아, 네이버, 쿠팡, LF 등을 거친 e커머스 서비스 기획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11번가에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동영상 리뷰 서비스 '꾹꾹' 등을 담당했다. 전 대표는 엔씨소프트 초기 멤버로 엔씨타이완, 엔씨트루 및 스마일게이트 West 최고경영자,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인물이다.

박 대표 아래로는 전원 실무 전문가로 M&A와 IPO를 전문으로 한 박 부회장과는 결을 달리한다. 일각에서는 SK스퀘어가 대외 정세가 불안한 내년까지는 IPO를 염두에 두지 않고 영업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IPO를 추진했다가 연기한 SK온은 최영찬 경영지원총괄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최 사장은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전신)에 입사한 뒤 2011년 상반기까지 SK텔레콤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뒤 2011년 8월 SK㈜ 비서실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3월 SK온 경영지원총괄에 임명됐다. 그룹 내에서는 IR·전략 전문가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최 사장 인사를 두고는 북미·유럽 등 주요 거점에 대한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하는 시기에 맞춰 자금 조달을 위한 최적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SK그룹은 이 밖에도 그룹 핵심 사업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 계열사에도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김철중 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을 신규 선임하면서 재무 안정화를 꾀했다. 두 사람은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왔던 주요 IPO 일정을 사실상 취소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M&A, IB 전문가를 빼고 사업 전문가를 넣은 것은 2023년은 각 계열사 역량을 성장시키겠다는 최 회장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왼쪽부터), 박진효 SK쉴더스 대표이사 사장, 안정은 11번가 대표, 전동진 원스토어 대표이사 사장[사진=SK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