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집값 하락' 경매 넘어간 주택 급증

2022-11-29 15:16
재건축 아파트도 2회 유찰, 경매 물건 쌓이는 중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늘어가고 있다. 아직도 금리 상단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부동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집합건물(아파트와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 주택과 상가를 포함한 단독으로 쓸 수 있는 건물) 임의경매 개시 등기를 신청한 경우는 500건으로, 지난 9월 217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100건대에 머물던 서울 지역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는 5월 들어 200건을 넘기고 소폭 변화하더니 10월 들어 급증한 것이다. 

이런 경향은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국에서 집합건물 임의경매개시 등기 건은 2648건으로 지난 9월(1924건)보다 37.67% 늘었다. 올 1월 임의경매개시 결정 건수가 1600건임을 감안하면 열달새 1000건 이상 늘어난 셈이다. 
 
임의경매는 채무불이행 시 채권자가 담보로 받은 부동산에 설정한 저당권, 근저당권, 전세권 등의 권리를 실행해 자신의 채권을 회수하는 법적 절차다. 은행에 집을 담보로 잡고 빌렸다가 갚지 못해 은행에서 경매로 넘긴 경우 등이 해당된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임의경매는 이자나 원금 등을 갚지 못해 발생하는 것”이라며 “최근 전반적인 금리부담이 커지면서 이런 물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는 경매 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매물이 늘어나고 있지만 낙찰률은 바닥 수준이다. 이날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11월 1일~11월 28일)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14.1%(128건 중 18건)를 기록 중인데 이는 역대 최저치이다. 응찰 참여자가 적고 낙찰되는 매물이 드물면서 경매 진행 건수는 늘어나는 중이다.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올해 1월 35건에서 11월 128건까지 꾸준히 늘었다.

최근엔 서울의 주요 재건축 아파트마저 유찰되는 경우가 잦다. 최근 재건축 심의 통과로 호재가 있었던 양천구 신정동의 목동신시가지 14단지 전용 108㎡는 1차 유찰 이후 최초 감정가 19억 7000만원보다 20% 하락한 15억7600만원으로 경매가 진행됐지만 또다시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단지 전용 71㎡ 또한 2차례 유찰돼 다음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낙찰가율도 급변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해 10월 119.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달엔 87.7%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감정가 10억원짜리 아파트가 8억7700만원에 낙찰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주현 연구원은 “금리 상단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매로 넘어오는 건물이 늘고 있다”며 “집값 하락기에는 매물 소진 또한 어려워 경매 시장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