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탄소중립 첨병' 한국환경공단 가보니

2022-11-21 19:20
깐깐한 배출가스·소음검사…외제차도 '절레절레'
자원순환제 강화·지역별 대기오염 정보 수집…대기정책 자료 제공
미세먼지 저감·계절관리제 기간 차량 단속…5등급 車 운행 감소

21일 인천 서구 한국환경공단에서 이태주 친환경모빌리티처 과장이 미세먼지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조현미 기자]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은 반드시 재활용 분리수거함에 넣어야 합니다. 오염된 배달음식 용기도 깨끗이 씻어 여기에 넣는 게 환경 측면에서 훨씬 이롭습니다." 

21일 인천 서구 한국환경공단 본사에서 만난 김희선 자원재활용처 차장은 자원순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환경공단은 탄소중립 실현의 일환으로 최근 자원순환제도 강화·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자원순환제도는 효율적인 자원 이용을 위해 폐기물 발생을 막고 재활용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1993년 폐기물부담금을 시작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 자발적협약 순으로 시행됐다.

폐기물부담금은 배출된 폐기물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 생산자책임재활용은 재활용 의무 미이행 시 각각 생산자에 처리비용을 물리는 제도다. 자발적협약은 생산자가 환경부 장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이행할 경우 폐기물부담금을 면제한다. 규제를 넘어 정부와 기업이 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21일 인천 서구 한국환경공단에서 김희선 자원재활용처 차장이 분리배출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2022.11.21 [사진=한국환경공단]

지역별 대기오염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도 공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대기측정소에서 미세먼지 등의 대기 오염물질 측정 결과를 전산으로 보내면 공단은 '에어코리아(Airkorea)'를 통해 수치·등급을 실시간으로 공개한다. 이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기보건 정책 기초 자료로도 쓰인다.

공단 운행제한 통합관제센터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비상저감조치·계절관리제 기간 자동차 운행 현황을 모니터링한다.

이태주 친환경모빌리티처 과장은 "집중적인 홍보와 상시적인 차량운행제한 단속으로 5등급 차량의 운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 서구 한국환경공단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검사 대기 차량들. 2022.11.21 [사진=조현미 기자]

환경부가 인증하는 자동차 검사 대행도 국민안전과 탄소중립 차원에서 수행 중이다. 국내에 자동차를 처음 출시하거나 해외에서 중고차를 들여올 땐 반드시 공단에서 배출가스와 소음 검사를 받아야 한다. 공단은 차대시험과 엔진시험으로 배출가스를 측정한다. 차대시험은 시험실에 자동차를 직접 가져다 놓고 모터 롤러 등으로 실제 주행 상황을 구현한다.

이날은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가 만든 전기승합차의 차대시험이 이뤄졌다. 전기자동차는 배출가스 대신 배터리가 방전될 때까지 주행거리를 측정하고, 저온(-7℃)과 상온(25℃) 영향 평가를 진행한다. 온도에 민감한 전기차 배터리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전기차 시험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김광철 자동차인증검사부 과장은 "전기차 시험 건수는 5년 전만 해도 한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미 100여 건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배출가스·소음 검사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기준치를 적용해 매우 까다롭게 이뤄진다. 김 과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정한 기준치와 동일하거나 더 엄격하다. 일산화탄소 허용치는 미국이 국내보다 넉넉한 편"이라며 "간혹 외제차를 중고로 가져왔는데 국내 심사는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21일 인천 서구 한국환경공단에서 김광철 자동차인증검사부 과장(왼쪽)이 자동차 검사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1.21 [사진=한국환경공단]

국민적 이슈에도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공단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환경안전지원단 안에 '화학물질 유해성시험기관'을 만들어 화학물질 유해성을 판단하고 있다. 이 기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정한 '우수실험실 운영규정(GLP)'에 따라 신뢰성 있는 자료를 생산해낸다.

호흡을 통해 인체로 들어올 수 있는 화학물질 독성을 평가하는 '인체유해성시험'에 특히 강점을 지니고 있다. 실험동물 호흡기에 해당 물질을 노출시킨 뒤 동물에 미치는 독성의 영향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실험동물에 대한 윤리도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실험실 인근에는 실험에 사용된 쥐들의 희생을 기리는 수혼비(獸魂碑)가 세워져 있다. 변균석 지원단 화학물질시험처 신뢰성보증부 과장은 "실험은 동물윤리위원회에 시험 계획 전반을 검토받고 진행한다"며 "1년에 한 번씩 실험동물을 위한 위령제도 지낸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이 실험동물의 희생을 기리고자 인천 서구 공단 본사 안에 세운 수혼비. 2022.11.21 [사진=조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