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단기자금 긴급진단] 대형사, 36조 우발채무 시한폭탄에 현금 확보 총력… "아직은 버틸만"

2022-11-21 06:05
CP·단기채·발행어음까지 유동성 확보 사활
자기자본 4조 이상 증권사 단기채 등 46조원
금리 5~7%대로 올라 차환땐 비용 부담 가중

여의도 증권가[사진=아주경제 DB]


최근 대형 증권사들이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다양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다는 점에서 중소형사에 비해 유동성 확보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판단이다. 비용 부담이 있는 기업어음(CP), 단기사채(단기채) 등도 자금 여력이 충분하고, 초대형 투자은행(IB)은 발행어음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에 대형사들은 아직까지 버틸 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대형사의 우발채무(채무보증) 규모는 36조1909억원으로 나타났다. 우발채무는 당장 빚은 아니지만 향후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무로 확정될 수 있는 자산을 가리킨다. 대부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중이 높다.
 
앞서 정부의 부동산 PF 규제에 따라 우발채무 규모가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에는 34조2587억원, 2021년에는 28조9781억원으로 5조2906억원(15.44%)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에는 금리 인상 등 악조건 속에 부동산 PF 시장이 위축되며 우발채무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사들은 우발채무가 당장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예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선 초대형 IB는 발행어음 규모를 대폭 늘리는 모양새다.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초대형 IB의 올 3분기 발행어음 규모는 28조8066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 4조4232억원 △한국투자증권 12조1990억원 △NH투자증권 5조4000억원 △KB증권 6조7844억원 등이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대비 200% 수준까지 발행할 수 있는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으로 기업대출, 채권,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한도 대비 소진율은 평균 50.39% 수준이다. 
 

[자료=한국예탁결제원, 각 사]


이 밖에 단기금융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인 증권사의 CP·단기채 발행 규모(9월 1일~11월 18일)는 40조2347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 9조3300억원 △하나증권 8조685억원 △KB증권 6조9160억원 △키움증권 4조7062억원  △삼성증권 3조3229억원등이다. 이어 △미래에셋증권 3조2240억원 △신한투자증권 3조1319억원 △NH투자증권 1조3352억원 △메리츠증권 2000억원 순이다.
 
이들 증권사 중 1개월물 이상 단기채 비중이 높은 증권사일수록 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증권사가 포함된 금융·보험업의 11월 단기채 발행 금리는 1개월물과 3개월물이 각각 6.89%, 7.04%다. 평균(5.69%)보다 약 1~2%포인트 높은 편이다. CP도 1개월물 5.16%, 3개월물 5.79%기 때문에 해당 기간 자금 조달은 단기채보다 CP가 더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CP시장이 냉각됐다는 점에서 자금 조달 부담감은 높은 편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자금시장에서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투자한 것”이라며 “(현재는) 그 믿음이 깨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말까지 시장은 경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