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온가속기 라온 "가장 작은 세계에서 가장 큰 연구...미지의 원소 찾는다"

2022-11-20 12:01
지난해 5월 축구장 137개 규모로 완공...올해 10월 첫 빔 인출 성공
11년간 추진한 사업에 첫 번째 마일스톤...내년부터 활용성 검증 본격화

중이온가속기 라온의 가속관. [사진=이상우 기자]

국내 최초의 초전도 기술을 이용한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지난달 최초 빔 인출을 성공하고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나선다. 이를 통해 기초과학 연구의 진전을 이루는 것은 물론, 새로운 물질을 찾아 '코리아늄'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영화 '아이언맨2'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아크 원자로 독성물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질을 만들고 이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신형 원자로를 개발한다. 여기서 쓰인 레이저 장비가 입자가속기다.

20일 학계에 따르면 라온 역시 이러한 입자가속기의 일종이다. 수소, 우라늄 등 다양한 원자를 아주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다른 원자와 충돌하고, 변화를 관찰하거나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물질을 찾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물질의 기원을 밝히는 기초과학연구부터 이온 주입, 방사선 영향 테스트, 암 치료, 의료를 위한 방사성 동위원소 생성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우주 생성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원소만 존재했으나, 오늘날 세계에는 다양한 물질이 있다. 이러한 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생겨났는지 여러 원소를 충돌하며 관찰할 수 있다.

또 미래 소재 물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원자핵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중이온가속기는 원소 질량, 핵 전하 구조에 대한 기초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시설로, 꿈의 신소재를 만드는 물질도 찾아낼 수 있다.

중이온가속기 라온은 올해 10월 7일 빔 인출을 처음으로 성공했다. 홍승우 중이온가속기연구소장은 "중이온가속기는 2011년 12월 사업단으로 처음 설립돼 만으로 11년 됐다. 빔 인출 성공은 우리가 그간 쌓아온 것들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이정표"라며 "구축 과정에서 많은 지탄도 받았고, 정부와 국민에 우려를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 기획한 것처럼 세계 최고가 되는 과정만 남았다. 많은 격려 바란다"고 밝혔다.

라온은 지난 2011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추진된 사업이다. 약 11년간 사업을 진행하면서 기본계획 변경, 적정성 재검토 등 사업 신뢰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시설건축을 완료하고, 올해 10월 빔 인출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가동 준비를 마쳤다.

현재 시설은 축구장 137개 면적으로 세워졌으며, 초전도 현상을 만들기 위한 액체헬륨 생산·공급시설, 빔 생성 장비, 가속관, 실험시설 등 주요 장비도 구축이 완료됐다. 올해 말까지 남은 장비 구축을 마치고 내년 4월부터 2024년 9월까지 활용성 검증에 나선다. 2024년 10월부터는 기업이나 세계 연구자들에게 시설을 개방해 각종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라온의 중이온 빔 입사기. [사진=이상우 기자]

이와 함께 2단계 사업으로 고에너지 가속장치를 구축한다. 내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하고, 통과 시 2025년부터 본격적인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라온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중이온가속기를 이미 구축하거나 구축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희귀동위원소 생성 방식은 크게 대전류 저에너지 희귀동위원소 빔 생성(ISOL) 방식과 소전류 고에너지 희귀동위원소 빔 생성(IF) 방식으로 나뉜다.

세계 각국의 중이온가속기 연구소는 이 중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하는 반면, 가장 최근에 완공된 라온은 두 방식을 모두 적용한 세계 최초의 시설이다. ISOL 방식으로 대량의 희귀동위원소를 생성하고, IF 방식으로 재가속해 더욱 희귀한 원소를 생성할 수 있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연구를 하는 시설"이라며 "빠른 시간 안에 희귀동위원소를 공급하는 시설은 물론, 신규 원소 발견이나 과학적 발견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아있는 구간(2단계 사업)도 빠르게 설치하고, 원래 계획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으면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연구시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