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전북은행 최대 실적에 전북도민 '벙어리 냉가슴'

2022-11-16 09:26
전북은행, 高가계예대금리차로 올해 순이익 1595억원…농협은행도 1조4599억원 기록
전북경제 여전히 침체…농민은 '빚잔치에 허덕'

[사진=전북·농협은행]

전북경제를 양분하는 축으로 평가받는 농협은행과 전북은행이 큰 수익을 내고 있지만, 주 고객인 전북도민과 농민은 여전히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북은행이 시중은행 중 최고의 예대금리차를 통한 ’이자 장사’로 올해 들어 15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전북경제는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고, 농협은행 또한 증가한 영업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였지만 농민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농협금융지주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9717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핵심 자회사인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4599억원으로, 전체의 74.0%에 달한다.

전북은행도 올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이 1595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1% 증가한 것이다. 

전북은행의 이 같은 실적은 모회사인 JB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4871억원)의 32.7%를 차지한다.

하지만 농협과 전북은행의 주 고객인 전북도민과 농민의 삶은 여전히 팍팍한 상황이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22년 9월 전북지역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도민의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94.5로 전년동월대비 1.2% 줄었다.

반면 전북지역 제조업 경기 지표인 광공업 재고는 17.3% 증가했다.

고물가를 중심으로 한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상황 속에서 경제 불황이 겹치며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북인구의 감소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현재 전북인구는 177만1776명으로, 지난해 말 기준 178만6855명보다 1만5079명 감소했다.

올 들어 매달 1500명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농민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쌀값 하락, 생산비 상승으로 빚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정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나주·화순)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 내 농·축협 조합원에 대한 강제집행금액은 41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광역 시·도 중 6번째 수준으로, 건수로는 855건에 이른다.

문제는 이같은 전북경제와 농민의 어려움 속에서도 전북은행과 농협은행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은행의 경우 안팎의 거센 비판에도 여전히 높은 가계예대금리차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전북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7월 5.73%, 8월 4.80%, 9월 6.43%로, 16개 시중·지방은행 중 압도적으로 높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2조4856억원의 최대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이다, 올 국정감사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다.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의 기본보수는 3억2900만원이었지만 성과보수로 3억9500만원을 받았고, 농협 중앙회와 경제·금융분야 등을 포함해 연봉 1억원 이상 받는 직원은 지난해 6458명으로 2019년 5514명에서 944명 늘었다.

이에 대해 임모씨(여·56·전주시 여의동)는 “은행들은 역대 최고의 실적, 호황을 누렸다고 하는데, 정작 서민과 농민들의 삶은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며 “은행권에 불만이 있어도 대출을 받으려면 우리 같은 서민은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참으로 ‘웃픈’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