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 관계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도 '한‧중 관계'를 "이사갈 수 없는 이웃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표현하면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약 25분간 첫 한‧중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의 회담은 2019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 이후 3년 만이다.

◆尹 "국제사회 자유‧평화‧번영에 中 역할 중요"

윤 대통령은 먼저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시 주석을 직접 뵙게 돼서 뜻깊게 생각한다"며 "얼마 전 서울 이태원에서 있었던 참사에 대해서 애도를 표현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난 3월 통화와 8월 한‧중 수교 30주년 축하 서한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한‧중 협력의 시대를 열어가자는 데 공감했다"며 "경제교류, 인적교류를 포함해서 한반도와 역내 평화의 안정, 나아가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 국제 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 나가는 것"이라며 "그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진정한 다자주의' 함께 만들자"...美‧中 균형외교 당부
 
윤 대통령에 앞서 발언한 시 주석은 "세계가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고,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 (양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며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 측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주요20개국(G20)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다자주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을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에 '미‧중 균형외교'를 당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시 주석은 "지난 3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통화와 서한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 소통했는데, 이는 중‧한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선 "다시 한번 조의를 표하며 유가족, 부상자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尹 "고위급 대화, 민간 교류‧협력 늘리자"...시진핑 "정치적 신뢰 쌓아야"
 
정상회담이 종료되고 대통령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양 정상이 △한‧중 관계 발전 방향 △한반도 문제 △역내·글로벌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우선 양 정상은 양국의 교류와 협력이 1992년 수교 이래 비약적으로 성장해 왔음을 평가하고,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상호 존중과 호혜, 공동이익에 입각해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의 조속한 마무리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한‧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 나가자고 했다. 시 주석도 이에 공감하면서 "양국 간 1.5 트랙(반관반민‧半官半民) 대화체제도 구축하자"며 "양국 간 의사소통을 확대하고 정치적 신뢰를 쌓아 나가자"고 제안했다.
 
민간 교류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특히 젊은 세대 간 교류를 확대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시 주석도 양국 국민들 간 인적‧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尹 "北 위협, 中 건설적 역할 기대"...시진핑 "北 호응시 '담대한 구상' 협력"
 
최근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역내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에 윤 대통령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면서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며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