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기 속 늘어나는 '반토막 계약'…초급매가 시세 된 송도

2022-11-16 06:00
올해 12억4500만원 송도마리나베이 최근 6억원에 거래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일대 모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천 지역 '최상급지'인 송도신도시(송도) 부동산 시장에서 역대급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몇 달 전 최고가 대비 절반 가격인 매물이 팔릴 때만 하더라도 정상적이지 않은 '초급매'로 여겨졌지만 최근 호가가 비슷한 매물이 나오고 또 거래되며 초급매 가격이 시세로 자리를 잡아 가는 형국이다.
 
1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연수구 송도동 ‘더샵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지난 12일 6억원에 거래됐다. 해당 매물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된 것이어서 호가를 낮춘 증여성 거래일 확률도 낮다.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같은 면적대 기준 6억7000만원에 매물이 2건 올라 있으며 6억원대 후반 매물은 다수 게시된 상태다.
 
해당 아파트는 경매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감정가 9억2000만원으로 시작된 송도마리나베이 전용 84㎡는 두 차례 유찰(1차 최저가 9억2000만원, 2차 최저가 6억4400만원)됐으며 현재는 4억5080만원을 기준으로 삼아 경매가 진행 중이다.
 
앞서 해당 아파트 같은 면적대는 지난 8월 6억6000만원에 실거래됐는데 당시 큰 이슈였다.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신축 아파트로 인기를 끌며 올해 2월 같은 면적대 최고가가 12억4500만원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6억원대 거래가 처음 나왔을 당시 현장 중개업자들은 '집주인 사정으로 나온 흔하지 않은 초급매'라거나 '아는 사이에 저가로 양도한 것'이라는 등 일반적인 거래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8월 거래가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땐 비슷한 금액대인 매물을 찾을 수 없었다. 근처 중개업자들은 '6억원대에 같은 매물이 나오면 알려 달라'는 연락을 수요자들에게 자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송도마리나베이뿐 아니라 송도 지역 아파트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2차 전용 84㎡는 지난 8일 6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9월 12억원 대비 절반 수준이다. 8월 이뤄진 직전 거래가 7억9000만원보다 1억6000만원 빠졌다.
 
송도 지역 공인중개업자는 "최근 전용 84㎡ 기준 6억원대에 매물을 올려놓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해당 가격대로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금리 인상 여파와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매수심리가 역대급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몇 년간 급등했던 송도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천은 분양과 입주 물량도 많다.
 
임병철 부동산R114수석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인천 지역은 특히 공급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올해도 4만여 가구가 입주했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비슷한 물량이 입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인천은 부동산R114 기준 전국에서 많이 오른 곳이며 송도는 인천에서도 가장 상급지로 가격 상승 폭이 컸던 곳”이라며 “최근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해당 지역에서 큰 폭으로 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