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협력'과 '관계 회복'에 방점을 찍었으나,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날 로이터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는 시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나 핵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중국이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그럴 경우를 대비해 미국은 더욱 방어적인 특정 조치를 해야만 하는데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추가적인 방어 조치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백악관도 회담 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잔혹한 전쟁과 러시아의 무책임한 핵 사용 위협을 언급하고, 북한의 (핵실험 관련) 도발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모든 국제사회 구성원들은 북한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고 승리할 수 없다는 합의를 재확인한다"고 언급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하지만 중국 측 회담 결과 발표문에는 '북핵'이나 '북한', '한반도 평화' 등의 문구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이후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담 직후 언론 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왕 부장은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해 "양국 정상은 이를 포함한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시 주석은 한반도 핵 문제에 대해 중국의 기존 입장을 밝혔고, 한반도 문제의 핵심을 직시하고 각자의 우려, 특히 북한의 정당한 우려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미·중 간 북핵 문제를 두고 '온도 차'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핵 등 핵심 문제에 있어서 사실상 온도 차를 보였음에도 중국 언론들은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15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미 정상, 오랜만의 재회 모습은 세계 긴장 분위기를 해소했다'는 제하의 사평을 통해 "미·중 정상이 정식 회동 전 악수를 하고 미소를 주고받는 장면이 전 세계 매체에 포착돼 신속하게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며 "오랜만에 보는 중·미 정상이 함께 있는 모습이 각종 위기와 도전으로 인해 긴장된 세계 분위기를 완화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미·중 관계 악화의 원인을 미국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사평은 "돌이켜 보면 미국 측의 일방적인 도발로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며 "미국이 올바른 태도를 보이고 실질적 행동을 취해야만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