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집값 '더블 할인'…외국인, 韓 부동산에 눈 돌린다

2022-11-15 06:00
"원화·집값 약세, 외국인 2~3년 뒤 미래 내다보고 건물매수"
대출·세금규제에 투자 수월…정부 "투기성 거래 잡을 것"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약세와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으로 국내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거래절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수 비중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1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서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상가 등 단독으로 쓸 수 있는 건물)을 매입한 외국인 수는 지난 10월 기준 775명을 기록하며 전체 5만5354명 중 1.4%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 6월(1.09%)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0년 연간 기준 0.81%, 2021년 0.85% 수준에 머물렀지만 올 들어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0.83%였던 외국인 매입 비중은 지난 5월 1.15%로 1%대 벽을 깬 뒤 △6월 1.24% △7월 1.24% △8월 1.24% △9월 1.23%  △10월 1.40% 등 6개월 연속 1%를 웃돌고 있다. 

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국적은 중국이었으며 그다음으로는 미국이 차지했다. 올해 1~10월 중국인의 집합건물 매매건수는 6389건으로 전체 외국인 매입(9121건) 가운데 70% 비중을 차지했다. 미국은 같은 기간 1146건을 기록하며 12.5% 비중을 보였다.
 
이 기간 중국인들은 주로 경기·인천에서 거래(4235건)했다. 서울에선 금천구와 구로구 등 외곽 지역 위주로 거래를 했다. 미국인들은 서울·경기 거래(649건) 비중이 높았고, 서울에선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등 집합건물을 주로 매수했다.
 
거래절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거래 비중이 높아진 데는 원화와 집값이 모두 약세를 보이는 현 상황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달러당 1205.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0월 기준 1424.3원까지 18.1% 올랐다. 집값 또한 꾸준히 하락했는데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집값은 0.53% 떨어졌다. 급매는 최고가 기준 30%가량 할인된 매물을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투자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2~3년 뒤 상황을 예상한 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율이나 집값이 요동치고 있지만 결국은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외국인들은 한국 대출 규제를 받지 않아 본국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정부에서 가구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해 '부동산 쇼핑'을 하는 외국인이 생기며 투기성 거래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외국인 주택투기 기획조사’ 결과 위법의심행위가 567건 있었다고 밝히며 외국인 부동산 현황 파악과 투기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정부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 거래 신고 때 외국인 등록 사실 증명서를 제출하고, 위탁관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등 외국인 투기 거래를 막기 위한 방안을 실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