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尹, 정순택 대주교·염수정 추기경 만나 "황망하고 마음 먹먹"

2022-11-09 17:13
김은혜 브리핑 중 '눈물'...'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에 "거듭 송구"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기독교계 원로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있다. 이자리에는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 장종현 백석대학교 총장, 김태영 백양로교회 담임목사, 양병희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천주교계의 정순택 대주교와 염수정 추기경을 만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오전 불교계 원로들을 만났고, 오후 기독교계 원로들과 오찬을 함께한 바 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대전환을 이룰 지혜와 조언을 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정 대주교와 만나 "너무 많은 생명이 손도 써보지 못하고 안타깝게 희생돼 여전히 황망할 따름"이라며 "2022년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사고가 생길 수 있는지 마음이 먹먹해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대통령이 국민과 아픔을 나누기 위해 여러차례 현장을 찾고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대통령의 진심이 국민에게 잘 전달될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시스템 업그레이드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염 추기경과 만나 "국정을 맡고 나서 이러한 참사가 벌어져 참담하다"면서 "축제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부모님들의 심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염 추기경은 "사랑이 있는 곳에 눈이 있다는 말이 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눈으로 보면 자식이 뭘 원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그런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늘 기도하겠다"고 위로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에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 부상자 그리고 국민들을 위로할 방안을 통합위 차원에서 마련해달라"며 "국가와 국민 한 분 한 분을 지켜주는 정치에 통합위가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염수정 추기경, 정순택 대주교 면담 내용 중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발언 등에 대해 브리핑 도중 울먹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수석은 브리핑 과정에 수차례 울먹이며 눈물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 과정에서 불거진 '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에 "매우 죄송하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김 수석은 "어제 운영위에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을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운영위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담은 운영위 내용과 전혀 관계가 없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거듭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전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수첩에 '웃기고 있네'라는 내용의 필담을 적었다가 바로 지웠지만, 그 과정이 언론에 노출돼 논란에 휩싸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해 대통령실 등을 대상으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것에 "이 슬픔은 정치에 활용돼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재 특수본에서 사고 경위와 진상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내용을 지켜보겠다"며 "사고 원인은 국민께서 잘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오는 10일 출범 6개월을 맞는 것에 "부족한 점이 많고 아쉬운 점을 다 충족시키지 못한 6개월이었을 수 있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도 "남은 4년 6개월은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고,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대외적으로도 국가와 국민을 보위할 수 있는 윤석열 정부의 비전과 정치적 지향점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만 1년이 됐다"며 "여의도 정치에 익숙하지 않았던 '0선'의 윤 대통령을 이 무대로 부른 데는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고 공정과 상식을 다시 성립시켜 줬으면 하는 국민의 바람이 투영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9일 오후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