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 지자체發 신구권력 충돌] 지방정부發 경제파탄, 또 없으란 법 없다

2022-11-10 00:02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안정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권시장 자금 경색의 기폭제가 된 '레고랜드 사태'로 전국 각 지방자지단체들이 후폭풍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서는 제2, 제3의 레고랜드 사태가 지자체발로 또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다. 지자체장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강원도 춘천시, 경북 경산시 등이 대표적이다. 
 
9일 정치권과 금융업계 따르면 강원도 레고랜드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 이후 지방채를 향한 투자자들의 요구 금리가 높아지며 지방채 발행 환경이 악화했다. 이에 각 지자체들은 지방채 발행을 중단하거나 은행 대출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2일 1260억원 규모의 3년물 지방채 발행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투자자가 제시한 금리가 5.7~6.0%대로 시에서 예정한 상한인 5%를 초과하면서 유찰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광주시는 은행권 대출로 선회해 사업비를 조달하기로 했다. 애초 1260억원을 지방채로 조달하고 1008억원은 금융권 대출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전액 금융권 차입으로 돌렸다. 시금고 운영기관인 광주은행을 통해 5% 초반대(변동)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전망이다. 현재는 지방채 발행보다 낮은 금리 수준이다.
 
강원도 춘천시는 기존보다 훨씬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춘천시는 동춘천사업단지 조성을 위해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했을 당시 채무 보증을 섰다. 춘천시는 대출 잔여금(162억원)에 5.6% 수준의 이자를 부담해왔는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자체 채무 보증의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2배 이상 이자(13%) 부담을 안게 됐다. 채권자인 증권사 측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리 인상을 요구하면서다.
 
기초지자체 중 가장 보증액수가 큰 경상북도 경산시도 시장 변화에 민감하다. 지식산업지구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2370억원을 지급보증했고 아직 보증금액이 1850억원 남아 있다. 이자율이 조금만 올라도 연간 부담해야 하는 이자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정부와 소통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에 힘을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경제안정특별위원회는 지난 7일 국회에서 금융당국 관계자들과 함께 첫 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 방안을 모색했다. 류성걸 경제안정특위 위원장은 이날 회의 후 브리핑에서 "글로벌 긴축 가속화 등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단기자금시장 중심으로 시장 불안 심리도 지속된 상황에서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회사채 금리, CP(기업어음) 스프레드 상승 폭 등이 다소 완화되고 급격한 경색 분위기도 다소 진정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에 발 빠른 대처도 주문했다. 우선 기획재정부에는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기에 시장 안정 조치를 실시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안정 기조를 확립하도록 요구했다. 부동산시장 위축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비정상적이거나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줄 것도 주문했다.

류 위원장은 특히 레고랜드 사태 등을 포함해 최근 경제위기 상황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데 당정이 의견을 같이했으며 정부 측에서 소통 강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로 어떤 형태든 소통을 지금보다 더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고, 정부도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