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이준익 감독이 말하는 죽음 이후 세계를 다룬 영화가 많이 나오는 이유

2022-12-01 05:00

영화만 찍던 이준익 감독이 드라마 감독으로 변신했다. 드라마의 이름은 욘더. 재현(신하균)의 아내 이후 (한지민)가 떠난 뒤 어느날 재현은 이후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이후가 자신의 기억으로 설계된 세계 ‘욘더’로 오라는 초대장을 보내며 재현은 ‘욘더’로 찾아가 이후와 다시 만나게 되는 내용의 드라마다. 어느 순간부터 죽음을 주제로 한 드라마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이준익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준익 감독 [사진= 티빙]


Q. 드라마는 처음이신데 영화촬영 때와 어떻게 달랐나요?
A. 촬영할 때는 드라마와 영화가 달랐던 게 없었어요. 스탭도 똑같아서 영화 찍듯 찍었어요.
 
Q. <욘더>를 구상했을 때 상상했던 모습대로 나왔나요?
A. 상상과 구체화된 것에는 편차가 있어요. 로케이션과 세트 등 때문에 편차가 있긴 한데 그보다 인물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잘나왔어요.
 
Q. 김장환 작가의 원작 소설 '굿바이 욘더'를 영상화하면서 감독님이 가장 원작에 가깝게 가져가려 했던 부분과 차별점을 두려고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A. 굿바이 욘더 소설에서 가져오려고 했던 건 설정의 특별함이에요. 2011년에 출간이 됐는데 그때만 해도 넷플릭스가 없었을 때예요. 원작이 2040년이 배경인데 난이도가 너무 높아요. 처음에 시나리오를 쓸 때는 비슷하게 썼는데 이야기가 너무 커져서 주제가 얇아졌어요. 그래서 엎고 다른 작품들을 쓰다가 다시 새롭게 깊게 썼어요. 깊게 쓰니까 원작이 가지고 있는 핵심만 집중적으로 썼어요.
 
Q. SF, 멜로, 휴먼 등 다양한 장르가 섞인 시리즈물이었는데요 특히 사후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CG 등 작업도 신경 쓸 부분이 많았을 거 같습니다. 이 세계관을 어떻게 구축하셨는지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A. 메타버스라는 것은 온라인의 독립적인 세계예요. 서버 안에 들어간 정보는 AI기능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나면서 구별되어져 갔어요.
 
Q. 메타버스가 코로나 이후 활성화 됐는데 코로나 이후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줬나요?
A. 의식의 흐름대로 시대를 살다가 코로나 상황을 마주하면서 의식의 흐름이 방향을 틀게 됐어요. 유비쿼터스를 기반으로 한 기술과 온라인의 세계가 확장이 됐어요. 기업에서도 직장에서도 비대면으로 하게 됐잖아요. 메타버스가 공론화된지 얼마 안됐어요. 이 이야기가 시나리오를 쓰면서 메타버스가 활성화되면서 사람들이 욘더에 대해 이해하게 됐어요.
 
Q. 안락사법이 통과된 근미래가 배경이죠. 사실 안락사라고 하는 소재가 사회적 논쟁이 굉장히 많을 수 있는데 어떻게 설득력을 부여하려고 하셨을까요?
A. OECD 국가 중에서 시행되고 있는 나라도 있는데 안락사법이 생기면 기업이 가만히 있을까요? 상조 등 죽음마저 상품화 되고 있잖아요. 안락사가 되면 영혼의 상품화가 될 거예요.
 
Q. 2032년 이준익 감독님의 어떤 모습을 상상하시나요?
A. 어제와 같겠죠. 오늘도 어제와 같듯이 바뀌지 않을 거예요. 바뀌지 않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죠. 다르지 않기를 바래요.
 
Q.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있을까요?
A. 너무 많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Q.욘더라는 세계가 실재한다면 아는 분, 모르는 분을 포함해 뵙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A. 어릴 적 그 아이를 보고 싶어요. 사라졌을까요. 아니면 내 안에 있을지 궁금해요.
 
Q.'욘더'는 미드폼 형식의 OTT 시리즈인데요, 원래 긴 호흡의 영화를 많이 하셨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의 러닝타임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길게 합치면 3시간이에요. 3시간 짜리를 한번에 볼 수는 없고요. 평생 영화만 찍던 사람인데 30분 짜리를 6개를 하면 새로운 감상법이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Q. 욘더 세계가 어떻게 진짜야? 저런 세계가 과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해?라는 관객들의 질문이랄까, 비현실적 세계에 대한 관객들의 허용치를 두고 고민도 많이 하셨을 거 같습니다. 그 농도 조절을 어떻게 하셨을까요?
A. 그 자체로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오프라인 세계와 온라인 세계로 쪼개졌어요. 욘더 라는 세계는 이미 우리가 온라인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설명하기 보다 경험하는 시대가 됐어요.
 
Q. 언젠가부터 죽음 이후 세계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것은 상품화 된다는 거에요. 구글에서 죽음 이후에 세계에 대한 걸 감정으로 담기 시작했어요. 죽음 이후의 영화가 나온다는 건 상품화가 되고 있다는 거예요.
 
Q.'욘더'를 보면서 아름다운 기억이 영원하다면, 그 기억이 과연 아름다울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유한하기에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거죠. 삶과 죽음 그리고 기억 간의 굉장히 심오한 주제들이 담겨 있는 거 같은데요, 감독님이 전하고 싶었던 바는 무엇이었을까요?

A. 인간의 욕망에 대한 허상이에요. 결국에는 죽으니까, 무한함을 불멸로 꾸며낸 게 천국이죠. 천국을 믿고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거예요. 근데 이제는 제사도 잘 안 지내요. 이제는 디지털의 바다로 빠져들고 있어요. 디지털이 무한을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삶은 선택의 기회가 있어요. 아름다운 이별이 이 영화의 주제예요. 아름답게 헤어지자는 거예요.
 
Q. 만약 인생이 10분이 남는다면 뭘 하실 건가요?
A. 존재를 만끽해야죠, 10분이 지나고 나면 이 존재는 소멸되니까. 이 존재를 인식하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Q. 신하균 배우와는 첫 작업인 걸로 아는데 함께 해보시니 어땠나요?
A, 안 과묵해요, 유쾌하고 감사 표시하고 사소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세심하고 명랑하고 유쾌한 사람이에요. 과묵한 게 아니라 조심스러운 거예요.
 
Q.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시 하는 부분들이 있나요? 배우들이 감독님을 선택하는 이유와 감독님께서 배우를 섭외할 때의 기준이 궁금해요.
A. 인간관계에서 내게 사람이 온다는 건 그의 인생 전체가 온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와 과거가 함께 오는 거예요. 배우들이 나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 때문에 하는 거예요.
 
Q. 아름다운 이별이 잘 안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다른 질문으로 한지민씨가 나 여기 있다고 반복하는 대사도 존재의 알림 같은 느낌일까요?
A.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게 맞아요. 나한테 이게 천국이었다는 말이 정말 솔직한 말이에요. 아름답게 이별하는 게 중요해요. 이기심을 탈출하는 거예요. 아름다운 이별을 못하는 이유는 이기심 때문이에요.
 
Q.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K콘텐츠가 사랑받고 있고, 한편 극장 등 레거시 플랫폼들은 그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죠. 영화 감독들이 OTT로도 많이 진출했고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경계가 사라진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실까요?
A. 받아들여야죠. 어차피 세상은 별하는 것이고 그 변화는 퇴보하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받아들일 것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죠. 영화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형태가 확장된 거예요. 그리고 적극적으로 해쳐나가야죠.
 
Q. 연출하시는 작품들마다 주제와 포맷, 매력은 다를지라도 관객들에게 변함없이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감독님의 작품이 시대에 그런 울림을 주는 까닭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A. 시대의 울림을 준다는 건 놀라운 찬사같아요. 울림을 준다는 건 마음을 흔드는 거예요. 인간의 감성과 이성의 조화를 통해서 일궈나가는 거죠. 울림을 주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 안타까운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는 좋아요. 훌륭한 걸 멋있게 다루는 것보다 실패한 것에 대한 아름다움이 좋아요.
 
Q. 차기작 계획이 있나요?
A.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엎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거라고 말은 못하겠어요. 

Q. 어느순간부터 소확행을 중요시 하는 분위기가 생겼는데요.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깨닫지 못하고 미래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경계선에서 깨어있는 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해요. 경계는 개인차에 의해서 다른 답일 수 있지만 욕망을 버릴 수 없고 욕망의 끝에서 무너질 수 없으니 경계를 살라고 말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