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에 자금경색까지…생존 위해 허리띠 졸라매는 기업들

2022-11-02 18:14
회사 규모 줄이며 '긴축 경영'…수요 감소에 자금 경색까지
장기 유동성 확보 위해 '투자' 대폭 축소…관계기업 청산도

생존에 대한 위기감이 재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이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까지 막히며 경영 리스크가 점차 커지면서다. 여기에 그간 국내 산업의 성장동력이었던 수출까지 줄면서 기업들은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전부 줄이자’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당분간 긴축 경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인력부터 관계사까지 다 줄인다···당장 올해도 ‘투자’↓
2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이른바 ‘몸집’을 줄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먼저 수익성이 악화한 만큼 인력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재계 1위인 삼성마저 감원설에 휩싸였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전 계열사에 걸쳐 대폭 인원을 줄일 것이란 관측이다.
 
수익성이 나지 않는 관계 기업을 정리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는 올해 상반기에만 코마스, 위해현대풍력기술유한공사,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현대웨스트아프리카리미티드 등 4개 관계사를 청산했다. 또 한진칼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는 최근 제주KAL호텔을 매각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가장 많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투자 축소다.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고 언제 다시 수요가 반등할지 모르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대폭 줄이고 나선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증설 안건까지 보류하고 내년 투자는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시설 투자 규모를 1조원 이상 축소하고 내년 투자 계획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이러한 기업 경영 악화는 재고 추이 변화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해 8월 111%에서 1년 만인 올해 8월 124%까지 치솟았다.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돌파구가 안 보인다”···사면초가 상황에 ‘위기감’ 커져
일각에서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수준으로 투자가 축소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이 이 같은 긴축 경영에 나선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한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자금 시장까지 경색되며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혔고 최근에는 의존도가 높은 수출마저 역성장하며 사면초가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고, 오히려 올해 4분기와 내년에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며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이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는 해석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여파는 가전, IT, PC,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디스플레이, 전자부품, 메모리 등 모든 산업으로 퍼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약 10조원으로 결국 전년 대비 3년 만에 역성장한 주 요인도 반도체 수요 하락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것 또한 기업들의 몸집 줄이기에 영향을 줬다. 회사채는 대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 중 하나지만 AA 신용등급인 우량 대기업도 수요가 미달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재계에서는 위기감이 더 커졌다.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이 믿는 구석인 ‘수출’마저 2년 만에 증가세가 꺾이면서 시장 예상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기준 수출액은 524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줄었다. 점차 증가율 규모가 낮아지다가 결국 감소세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 역시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전반적으로 기업들 사이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에 기업들은 신규 투자는커녕 기존 계획도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