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압사될 것 같다" 신고 11건인데...경찰, 4번만 출동

2022-11-02 08:26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 112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지만 경찰은 4번만 현장에 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일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 자료에 따르면 첫 신고는 오후 6시 34분이었다. 

참사가 발생한 해밀턴호텔 골목에서 전화를 걸어온 신고자는 "지금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라면서 소름이 끼친다라는 말까지 한다. 

이에 접수자는 상황 설명을 들은 뒤 "경찰이 출동해서 확인할게요"라며 전화를 끊는다. 

출동 명령을 받은 경찰은 현장에 도착하지만 현장에 인파가 줄어 사고 발생 위험이 적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상황을 종결한다. 

두 번째 신고는 오후 8시 9분. 신고자는 "인원이 너무 많아서 정체가 돼서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에 경찰이 출동하지만 이때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후 오후 8시 33분 신고자는 "인파가 너무 몰렸다" "지금 좀 큰일 날 것 같다" "심각하다" 등 말과 함께 영상까지 보내지만 경찰은 출동을 하지 않았다. 

오후 8시 53분 신고자 역시 "아수라장이다"라는 말에 접수자는 "경찰 출동할게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때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태원 일대 경찰에 직접 상황을 알리라'라고만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9시에는 신고만 4건(2분, 7분, 10분, 51분)이었다. 

신고자들은 하나같이 "사고가 날 것 같다" "진짜 사람 죽을 것 같다"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다" "압사당할 것 같다"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 등 위급함을 알린다. 

당시 2분 신고에는 '코드0' 지령이 떨어졌지만 경찰은 사람들만 해산시켰고, 10분 신고 때는 출동 여부조차 기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후 10시 112에 전화를 건 신고자는 "막 골목에서 내려오기가 막 밀고 압사당할 것 같아요, 통제좀 해주세요"라고 말하지만,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참사 직전인 오후 10시 11분 신고자는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라고 말했고, 주변에서는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접수자는 경찰을 출동시키겠다고 했지만, 현장 통제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참사 직전까지 11건의 신고 접수가 들어왔으나 경찰은 안일한 태도로 일관했던 것이 드러났다. 

경찰청은 신고 녹취록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앞으로 뼈를 깎는 각오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11건의 신고 접수와 관련된 경찰관들을 상대로 당시 상황 대응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경찰의 대응에 대한 정황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진상을 밝히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