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고개숙인 경찰, 책임론 거세지나..법조계 "국가 배상 가능"
2022-11-01 15:41
경찰 "사고 발생 이전부터 위험성 알리는 112신고 100여건 접수"
법조계 "112신고 담당자 중대한 과실 통한 국가 배상 청구 가능"
법조계 "112신고 담당자 중대한 과실 통한 국가 배상 청구 가능"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112신고 처리가 미흡했다는 등 경찰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면서 경찰 책임론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윤 청장이 112신고 담당 공무원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국가 배상 책임까지 염두에 둔 사과였다고 보고 있다.
1일 윤 청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이었다"고 밝히며 경찰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 일대 핼러윈 축제와 관련한 112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불편 신고'로 판단했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고 발생 1시간 전부터는 '인파가 너무 많아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신고가 100여 건 들어왔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과거 염전 노동착취 사건을 대리해 국가배상 판결을 받아낸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사고 발생 2~3시간 전부터 경찰력의 동원을 요청하는 신호들이 100건 넘게 접수됐다면 경찰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112신고 지침이 있기 때문에 안전 매뉴얼 준수 조치도 동시에 어겼다고 볼 수 있다"며 "국가 배상 소송에서는 매뉴얼을 지켰느냐 안 지켰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위험 방지 노력 여부와 관련해선 "112신고 이후 위험 단계를 격상하거나 경력을 보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용산구 등 지자체는..."책임 피할 수 없을 것"
윤 청장이 고개를 숙이면서 이번 참사를 둘러싼 다른 관계 기관들의 책임론은 잠시 수그러든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울시나 지방자체단체 등도 책임을 100% 피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염건웅 교수(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는 "용산구 관할이고 서울시 관할"이라며 "예방이 가장 중요하고, 현장 통제가 이뤄지기 전 계속적으로 계획을 검토하면서 안전 계획을 수립하고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통제했어야 하는데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원 담당 자치구인 용산구는 지난달 2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 주재로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주력대응은 방역 추진, 행정 지원, 소독, 시설물 안전 점검에만 집중됐다. 서울시는 핼러윈을 앞두고 따로 특별대책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상황실을 만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8일 여의도 불꽃축제 당시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해 지하철 무정차 통과와 공유자전거 및 차량 통제 조치를 취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