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미국 탓… 천연가스 곱버스 수익 고공행진

2022-10-24 16:14
美 이상기후에 유럽은 비축 천연가스 남아돌아
가격 하락세에 이달 중순 이후 수익률 60% 넘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너지 가격 급락으로 천연가스 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들이 수익률 상위권을 석권했다. 천연가스 수요가 예상 대비 약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상품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천연가스 가격 약세에도 레버리지 상품을 400억원 가까이 순매수하면서 반등에 베팅하는 중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RUE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은 이날 전일 대비 11.11%(65원) 오른 6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4일 종가(400원) 대비로는 250원(62.50%) 급등한 수치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전체 상장지수상품(ETP)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이 ETN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천연가스 선물의 일일 수익률을 -2배수로 추종한다.

다른 레버리지 곱버스 상품들도 6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2~4위를 차지했다. 상품별 수익률은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C 61.95%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60.42%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 55.56% 등이다.

-1배수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들도 수익률이 30%에 육박하면서 10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메리츠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H)이 27.69%로 -1배율 상품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미래에셋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H)(27.41%), KB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27.00%), 대신 인버스 천연가스 선물 ETN(H)(26.92%) 등이 뒤를 이었다.

천연가스 인버스 상품의 수익률 고공행진은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락에서 기인했다. NYMEX 기준으로 지난 8월 22일 MMBtu당 9.68달러였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지난 21일 4.96달러로 반토막났다. 유럽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의 지표로 활용되는 네덜란드 TTF 허브 기준으로도 지난 8월 26일 MWh당 339.20유로에서 지난 21일 113.58유로로 하락했다. 2개월 새 3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한 셈이다.

문제는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국제 천연가스 가격 급등론이 시장에 팽배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두고 유럽과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유럽향 천연가스 공급을 제한하면서 상품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유럽이 올겨울을 넘기기 위해 땔감을 때야 할 판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천연가스 급락은 기상이변 때문이다. 미국 주요지역 날씨가 예상보다 따뜻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수요 약세가 제기되고 있다.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천연가스 생산도 가격의 발목을 잡았다.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재고가 약세를 유발했다. 에너지 가격 강세를 전망한 프랑스(98.9%)와 독일(96%), 이탈리아(96%) 등이 90%가 넘는 천연가스 재고를 확보하면서 수요 약세론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유럽의 재고 확보가 더뎌지면서 증가하고 있는 미국 재고도 천연가스 약세에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고 있지만 한국의 불개미들은 반등에 베팅하는 모양새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천연가스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진 지난 9월부터 이달 21일까지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을 400억원 가까이 순매수했다. 상품별 순매수액은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 163억5000만원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 113억2200만원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108억2300만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