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 경제 운영도 시진핑 직속? …시장 개혁파 세력 쇠퇴할 듯

2022-10-25 06:00

[곽재원 논설위원장]

중국 공산당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국가주석)가 23일 3기 최고지도부를 발족시켰다. 자신은 당의 톱인 총서기, 국가원수인 국가주석, 군의 톱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등 3개 포스트를 계속 장악하게 됐다. 그는 신지도부를 거의 자신의 복심 또는 옛 부하들로 포진하면서 후계 후보도 두지 않았다. 그의 임기 규정은 없고, 다음 당대회인 2027년 이후에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집단지도체제를 벗어나 완벽한 ‘1강 권력’ 체제에서 초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3기 시진핑 정권에서는 경제 운영도 시 주석의 직할(直轄)이 될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의 언론과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제20회 공산당 대회(16~22일)가 중국 경기 회복에 탄력을 주어 급속한 위안화 약세를 차단하고 주가 강세를 뒷받침하는 경제정책을 내놓을 새로운 체제를 결정할 수 있을까에 주목해 왔다. 세계 경제의 복합 불황에서 중국의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목은 당대회가 열리자마자 이상(異常) 사태를 만나 우려와 추측으로 바뀌었다. 시진핑 주석은 16일 활동보고에서 경제성장 수치 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국가통계국은 17일 저녁 갑자기 7~9월 중국의 GDP 통계 공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5년 전 당대회에서는 기간 중 7~9월 통계를 예정대로 발표했다. 이 때문에 중국이 민간기업에 대한 통제 강화 등으로 안정 성장이 흔들리고 있으며, '성장 제일' 노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당대회가 끝난 24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2022년 7~9월 실질 GDP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연간 실질 GDP는 정부 목표인 5.5% 선을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19 봉쇄를 통한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금융규제에서 비롯된 주택시장 침체가 그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이번 GDP 발표 연기는 시진핑 3기 진입에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GDP의 공표로 ‘정책 불황’이라는 비판이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집권 3기 출범과 함께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에 막이 내리고 있다고 보는 금융시장 관계자도 있다. 일본경제신문은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중국 당국의 규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 주석은 16일 ‘제로 코로나’ 정책과 관련해 바이러스 만연 방지와 경제사회 발전을 양립시켰다”며 성과를 강조했다. 활동보고에는 주택 버블 억제책을 견지한다는 방침도 명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 주석은 경제성장에 관한 장기적인 수치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 대신 2035년에 1인당 GDP를 중간 정도의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모호한 목표를 내놓았다. 3만 달러 전후의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염두에 두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21년 시점에서 1만2551달러(약 1870만원)였다. 3만 달러까지 올리려면 연평균 6.4% 늘려야 한다.

그러나 2년 반이 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코로나19가 재확산될 때마다 이동 제한을 강화해 왔다. 서비스업 등을 중심으로 기업은 불투명한 앞날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의 고공 행진 등 고용 회복의 지연은 가계에 영향을 미쳐 소득 불안과 절약 움직임을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도 개발기업의 자금난 등으로 아파트 시장을 혼란스럽게 했다. 지방재정과 금융을 포함한 부동산 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결국 규제 후유증을 치유하면서 안정 성장을 이어가려면 개혁·개방 노선으로 민간기업의 힘을 키우는 게 순리라는 도착점에 이른다. 그러나 IT(정보기술)와 교육 같은 산업에 통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때 실현의 길이 험난해 보인다.
 
◊ 중국 경제정책의 투 톱 ‘리창-허리펑’ 체제
 
이 같은 중국 경제의 현실에서 시진핑 3기 체제에서 경제팀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우선은 경제사령탑의 인사다. 시진핑 주석은 총리 후보로 리창(李强·63) 상하이시 당 서기를 기용했다. 총리에는 부총리 경험자가 일하는 관례가 있어 미경험의 리창의 발탁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는 시진핑 저장성(浙江省) 시대의 비서였다. 시 주석과 거리가 있었던 현 리커창(李克强) 총리와는 달리 경제 운영을 담당하는 총리를 신뢰할 수 있는 인물에게 맡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을 포함한 거시경제 정책의 사령탑에는 류허(劉鶴·70) 부총리 후임에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허리펑(何立峰·67) 주임이 맡게 됐다. 그는 샤먼대 박사 출신으로 시 주석과 40년 이상 친분을 쌓았다. 2014년에 발개위 부주임에, 2017년부터는 주임으로서 조직을 이끌어 왔다. 시 주석이 베이징을 떠나 국내나 해외에 출장할 경우 거의 빠짐없이 동행해 왔다. 그는 일대일로 사업에 깊숙이 연관돼 있다. 부동산시장 과열을 잡는 데도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고 한다. 금융 행정과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포함해 향후 5년간 거시경제 운영의 책임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총서기가 정치, 총리가 경제 운영을 각각 담당해왔다. 시진핑 지도부가 처음 출범할 당시 리궈창 총리가 경제 운영을 나누고 있었지만, 시 주석은 2016년경부터 측근 류허 부총리를 내세워 경제정책에도 관여해 왔다.

발개위는 계획경제시대인 1952년 발족한 국가계획위원회를 전신으로 하는 국무원의 핵심 조직이다. 에너지정책과 각 산업에 대해 관리감독도 하며, 인프라 등 공공사업의 허가 등 경제정책 전체에 강한 권한을 가진다. 허리펑은 거시경제 운영에서 특히 격차시정을 목표로 하는 ‘공동부유(共同富裕)’의 추진 등 시진핑 주석의 색깔을 한층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은 류허 부총리가 경제통제를 중시하는 시진핑의 방침과 시장 기능을 중시하는 당내 개혁파 간의 미묘한 균형을 잡고 거시경제 운영에 맞춰 왔다면서 그가 지도부를 떠나면 중국의 시장화 개혁을 지지하는 개혁파의 힘은 더욱 쇠퇴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중국에서 '인민경제'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인민경제는 ‘재산을 인민들이 골고루 소유하는 것이다. 기업은 자기 이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정의된다. 개혁·개방 경제의 후퇴를 예고하는 말로 새삼 주목된다.

중국 경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지방의 중소은행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의 위험도 팽배하다. 이런 가운데 실무 경험이 부족한 ‘리창-허리펑’ 콤비가 능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중국 경제의 기본방침, 당대회 보고

시진핑 총서기의 보고는 ‘중국식 현대화’ ‘향후 5년의 목표·임무’ '대만 통일에 무력행사 포기를 약속하지 않는다‘는 3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중국의 향후 기본방침을 정리하고 있다. 일본 다이와 종합연구소와 다이이치 경제연구소는 이 가운데 경제 관련 내용을 분석한 결과 2017년 13장에서 15장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제와 관련된 각론은 4장 ‘새로운 발전 형태 구축을 가속화하고 질 높은 발전 추진에 힘쓴다’, 5장 ‘과학교육 흥국(興國) 전략을 실시해 인재의 현대화 건설 지원을 강화한다’, 9장 ‘민생복지를 증진하고 인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11장 ‘국가안전보장시스템·능력의 현대화를 추진해 단호하게 국가안전보장과 사회의 안정을 확보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11장에서는 경제안전보장과 관련해 ‘중점분야의 안전보장 능력 정비에 힘써 식량, 에너지·자원, 중요 산업체인·공급망의 안전보장을 확보한다’고 명기했다.

이 보고는 우선 산업분야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실적으로 “차세대 정보기술을 비롯한 전략적 신흥산업의 발전이 확대되면서 유인우주선과 심해탐사, 슈퍼컴퓨터, 위성GPS, 양자정보, 핵전력기술, 항공기, 바이오제약 등에서 중요한 성과를 취득할 것”이라며 “중국은 이미 이노베이션형 국가가 됐다”고 선언했다.

이노베이션형 국가란 중국이 2006년에 내놓은 2020년에 실현하고 싶은 목표다. GDP에서 차지하는 R&D 지출이 2.5% 이상, 학술논문 및 특허등록 건수가 세계 5위 이내 등의 수치목표와 이노베이션 능력을 평가하는 정성적 목표가 정해져 있다. 실제로 2020년 R&D 지출의 GDP 비율은 2.41%로 2.5% 이상 되지는 않았지만 기타 지표 등에 의한 종합 판단 이래 나온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산업발전에 관한 사항은 4장 ‘새로운 발전형태의 구축을 가속화하고 질 높은 발전 추진’에서 집중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기본 방침은 “현대화 산업체계를 구축하고 경제발전의 착안점은 실물경제에 둔다”는 것이다. 최대 목표는 산업구조 업그레이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신형 공업화를 추진하고, 제조강국, 품질강국, 우주강국, 교통강국, 인터넷강국, 디지털중국의 건설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제조강국’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전에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의 연장선상에 있는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여파를 염두에 두고 “산업 공급망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그 강인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을 처음으로 담았다. 이번에 독립된 부분으로 5장에 들어간 ‘과학교육을 통한 진흥전략을 실시하고 현대화 건설의 담당자(인재) 육성 강화’가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을 제1의 생산력으로, 인재를 제1의 자원으로, 이노베이션을 제1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을 견지한다”고 강조했다.

8장에서는 문화, 콘텐츠 관련 산업의 육성에 주력하고, 제9장 민생복지와 관련해서는 건강한 중국을, 제10장 녹색발전에서는 저탄소 및 환경 비즈니스 관련 산업을 크게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적시했다.
 
◊ 시진핑 3기 체제에서 미·중 갈등 심화  
중국이 2016년 이래 이노베이션국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책의 혜택이 국유기업에 집중되어 민영기업은 모기장 밖에 놓인다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의 움직임과 민영 신흥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등 기본방침·정책과 실제 수행에 큰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번 당대회 보고에서 경제와 관련된 부분을 보면 질 높은 발전과 이노베이션 중시 등 기존 노선을 답습한 것이 많다.

문제는 이러한 기본방침과 정책을 실현할 때 모순과 알력이 생기기 쉽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제조강국·품질강국·우주강국·교통강국·인터넷강국· 디지털중국 건설을 가속화하면 미국과의 갈등·마찰은 더욱 심화된다. 시진핑의 일강 체제에서 특히 부각될 문제로 꼽히는 대목이다.

변화무쌍한 중국이지만 5년에 한 번 열리는 전당대회에서의 보고와 지도부 인사는 중국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분명한 나침반이 된다. 우리는 이를 장기적인 시각에서 총체를 파악하고, 중국이 향후 펼쳐나가는 정책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반대편에 서 있는 미·일 등의 정부와 기업의 대응은 눈을 뗄 수 없는 사안이다.
 


곽재원 필자 주요 이력 

▷전 중앙일보 경제부국장, 도쿄특파원 ▷전 서울대 공과대학 초빙교수 ▷전 한양대 기술경영학 석좌교수 ▷전 경기도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원장 ▷현 가천대·호서대 초빙교수 ▷현 아주경제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