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이혼할 때 빚도 나눠야 하나
2022-10-22 06:00
대구가정법원 상주지원 2021드단3267
부부가 이혼을 하는 경우, 혼인 기간과 재산 형성 및 유지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 재산분할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가령, 남편의 재산이 전무하고 아내의 재산이 빚(채무)만 있는 경우(또는 부부의 재산을 더한 결과 빚만 남는 경우), 빚도 재산분할 대상이 되어 남편도 이 빚을 부담해야 하는지, 부담해야 한다면 그 분할의 방법 등이 문제될 수 있다.
2. 사실 관계(※이해를 돕고, 계산의 편의를 위해 일부 내용 수정)
가. 원고와 피고는 2010. 12. 9. 혼인신고를 마쳤고, 그 사이에 사건본인들을 자녀로 두었다.
나. 피고와 소외 A는 2018년 여름부터 교제를 시작하였고, 원고는 2018년 겨울 이들의 교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19. 12. 18. 사건본인들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피고로 하기로 하고 이 법원 2019호협000호로 협의이혼을 하였다. 원고와 피고는 같은 날 원고가 피고에게 양육비로 사건본인 1인당 월 600,000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양육비부담조서를 작성하였다.
라. 소외A의 배우자 소외B는 대구가정법원 00지원 2020드단00000호로 피고와 소외A를 상대로 이들의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 등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2021. 10. 21. 소외A는 40,000,000원을, 피고는 소외A와 공동하여 20,000,000원을 위자료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마. 이후 원고와 피고는 각각 아래와 같은 소송을 제기하였다.
(1) 본소 : 원고는 다음과 같은 소를 제기하였다.
① 피고와 소외A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자료로 4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
② 원고는 피고에게 양육비로 사건본인 1인당 월 20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지급하라(즉, 기존 1인당 6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감축하는 취지).
(2) 반소: 피고는 이 사건 소송 중 반소로 다음과 같은 청구를 하였다.
①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로 2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
② 원고는 피고에게 재산분할로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
바. 한편, 원고의 재산은 전무하고, 피고의 재산은 빚만 있었는데, (1) 농협 대출금 채무 20,000,000원, (2) 미소금융 대출금 채무 10,000,000원, (3) 제3자에 대한 개인 차용금 채무 30,000,000원이 있었다.
사. 필자는 피고를 대리하게 되었고, (1) 피고의 빚을 원고에게 부담시키고, (2) 양육비는 감액되어서는 아니될 중책을 맡게 되었다.
아. 이 사건 쟁점은, 혼인파탄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미 합의된 양육비를 변경(감액)할 사유가 있는지 등도 있지만, 재산분할 관련하여 부부의 재산이 빚만 있는 경우 빚도 분할이 되는지, 그 분할 방법이 중요한 쟁점이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을까.
3. 판결 요지(※이해를 돕고, 계산의 편의를 위해 일부 내용 수정)
가. 재산분할의 대상재산과 기준시점
재산분할 제도는 이혼 등의 경우에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부부가 이혼을 할 때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적극재산이 있는 경우는 물론 부부 중 일방이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라도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거나 부부 공동생활관계에서 필요한 비용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것이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한편 재판상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을 할 때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하여 정하는 것이 원칙이므로(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9므12549, 1255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재산분할의 대상 및 가액을 정한다.
나. 재산분할의 비율과 방법
1) 재산분할의 비율: 원고 50%, 피고 50%
분할대상재산인 채무의 발생 경위,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대한 원고와 피고의 기여 정도, 혼인 생활의 과정 및 기간, 혼인 파탄의 경위와 파탄 전후의 사정, 원고와 피고의 나이, 직업, 소득, 경제력, 부양적 요소 등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비율을 위와 같이 정한다.
2) 재산분할의 방법과 원고가 지급하여야 할 금액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대법원 2013. 6. 20. 선고 2010므4071, 408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별지 분할대상재산명세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소극재산만이 분할대상재산이 된다. 이러한 사정과 분할대상재산의 명의와 형태, 분할의 편의성,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여 원고가 피고에게 피고의 채무액 60,000,000원 중 원고 몫의 분할비율인 50%에 해당하는 30,000,00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한다.
다. 소결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재산분할로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민법이 정한 연 5%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판결의 의의
가. 결국,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데, 부부 중 일방이 제3자에 대하여 부담한 ‘채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하여 부담한 것이거나 부부 공동생활관계에서 필요한 비용 등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한 부담한 것이면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 ① 원고와 피고는 일치하여 혼인 생활 기간 동안 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으로 함께 음식점 등을 운영하였다고 진술한 점, ② 피고가 위와 같이 대출을 받거나 차용한 시점이 음식점 등의 영업 기간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는 원고와 공동으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의 대출금 및 차용금은 분할대상재산으로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보인다.
나. 한편,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여 재산분할을 한 결과가 결국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되는 경우에도 법원은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물적 담보의 존부 등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이를 분담하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구체적인 분담의 방법 등을 정하여 재산분할 청구를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본 사건에서 재산분할 대상 재산은 피고 명의의 소극재산 뿐이며, 이 채무의 명의와 형태, 분할의 편의성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여, 피고의 채무액 60,000,000원 중 원고 몫의 분할비율인 50%에 해당하는 30,000,000원을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하게 하는 것으로 분담 방법을 정한 것은 합리적이고 탁월한 방법으로 보인다.
5. 나가며
따라서 배우자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대출을 받거나 빌린 돈은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으나, 부부 공동 생활을 위한 채무(가령,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거나, 생활비가 부족해서 대출을 받았거나, 또는 위 사례처럼 공동으로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빚 등)는 부부 공동의 채무로써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경우, 채무의 명의와 형태, 분할의 편의성 및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하여 일방이 타방 배우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분할이 이루어질 수 있다.
행복한 혼인 생활에 역효과가 날 수도 있어 두렵지만, 개인적인 팁을 드리자면, 위와 같은 사정은 입증하기도 쉽지 않고 소송을 하는 것 자체가 고되고 스트레스일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자기 명의로는 빚(소극재산)을 만들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그럼 반대로 아파트나 부동산 등 적극재산은 가급적이면 자기 명의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6. 이 사건의 다른 쟁점 : 원고의 양육비 변경(감액) 청구에 대한 판단
가정법원은 재판 또는 당사자의 협의로 정해진 양육비 부담 내용이 제반 사정에 비추어 부당하게 되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있지만, 종전 양육비 부담이 ‘부당’한지 여부는 친자법을 지배하는 기본이념인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양육비의 감액은 일반적으로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가정법원이 양육비 감액을 구하는 심판청구를 심리할 때에는 양육비 감액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종전 양육비가 정해진 경위와 액수, 줄어드는 양육비 액수, 당초 결정된 양육비 부담 외에 혼인관계 해소에 수반하여 정해진 위자료, 재산분할 등 재산상 합의의 유무와 내용, 그러한 재산상 합의와 양육비 부담과의 관계, 쌍방 재산상태가 변경된 경우 그 변경이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정이 있는지 유무, 자녀의 수, 연령 및 교육 정도, 부모의 직업, 건강, 소득, 자금 능력, 신분관계의 변동, 물가의 동향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양육비 감액이 불가피하고 그러한 조치가 궁극적으로 자녀의 복리에 필요한 것인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9. 1. 31.자 2018스566 결정 참조).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종전에 정해진 양육비는 원고와 피고의 합의 하에 정한 금액인 점, 종전에 정한 금액인 사건본인 1인당 월 600,000원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고 자녀의 복리라는 관점에서 적정하다고 판단되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사건본인들의 양육자인 피고에게는 소극재산밖에 없어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원고는 협의이혼 이후 피고에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종전 양육비 부담이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양육비 변경(감액) 청구는 이유 없다.